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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체 사립대학 ’정부책임형’으로 전환해야… 시작은 반값등록금”

등록 2019-05-07 08:00수정 2019-05-07 14:12

【대학교육연구소 정책 제안】

‘대학 구조조정’으론 교육의 질적 발전 어려워
정부가 모든 사립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지원
현재 예산 구조에 8조원 가량 더 확보하면 가능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한 ‘반값등록금’ 정책이 첫걸음
내국세 8~10% 떼어 ‘고등교육재정교부금’ 확보해야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대학과 고등교육 개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원 감축과 폐교 등 기존 방식의 ‘구조조정’이 아닌, 반값등록금 정책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마련을 통해 사립대학 전체를 ‘정부책임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제안이 나와 관심을 끈다.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는 7일 발행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 방안’ 제목의 보고서(바로가기)에서 “정부가 전체 사립대학 재정의 50% 정도를 부담하되, 사립대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고 연구 및 교육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을 제안했다. 정부는 2018년 50만3000명 규모의 대학 입학정원이 2023년께 39만8000명 규모로, 2037년께에는 32만6000명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수와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구조조정’ 압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 2023년까지 입학정원을 4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폐쇄적·반민주적이며 연구·교육 수준은 매우 낮은 현행 사립대학 체제는 계속 유지되면서 정부 지원 비율만 높아지는 기형적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의 기본 입장은 “학령 인구 감소를 대학의 질적 발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사립대학 학생 비율,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교육비 비율,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등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의 핵심에는 사립대학 체제가 있다. 이런 체제를 놔둔 채 “대학 정원 감축만 추진한다면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적 경쟁력은커녕 지금보다 열악한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전체 사립대학을 ‘정부책임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대학 개혁의 밑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분류에 따르면, 정부(대행)기관이 학교 재정의 50% 이상을 지원하거나 학교에 속한 교사(교수) 인력 급여를 지원하는 형태를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교육기관에서 ‘정부의존형’은 아예 없고, ‘독립형 사립학교’(81%)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정부 지원을 확대해 사립대학에 정부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최근 검토·제출된 고등교육 및 대학 개편 방안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이 되어왔다.

다만 이번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의 특징은, 일부 사립대학이 아니라 전체 사립대학을 ‘정부책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는 데 있다. 보고서가 제안한 ‘정부책임형’은 ‘정부의존형’을 차용하면서 정부 ‘책임’을 더 강조하는 개념으로, 구체적으로는 2017년 기준 23.4%(7조242억원) 수준인 사립대학 국고보조금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현재 예산 구조에 7조9851억원 가량을 더하면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계산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첫걸음으로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꼽았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개선한다면, “등록금 부담도 낮추면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다. 2017년 기준 사립대학에 지원되는 국가장학금은 2조8804억원인데, 여기에 2조4461억원을 더 투입하면 ‘반값등록금’을 이루고 국고보조금도 31.6%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반값등록금’을 이룬 뒤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이 5조5390억원 가량이 된다. 다만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등록금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므로, 이 비용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대학에 분배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보고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도입을 재원 확보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17~19대 국회에서 이미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확보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출된 바 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계류된 상태다. 대체로 이 법안들은 내국세의 8~10% 정도를 고등교육 재원으로 확보해 대학에 교부한다는 내용으로, 이에 따르면 21조6304억~25조8260억원의 대학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여태껏 정부는 대학의 성과 평가에 따라 재정 지원에 차등을 둬왔는데, 이에 따라 “대학간 불균형이 커지고 서열화가 심화되는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정부 목적 사업이나 정책 평가 결과에 따른 대학별 차등 지원이 아니라 학생 수 등에 따른 균등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을 지원해주는 주체도, 독립적인 고등교육재정기구를 설립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만들기 위해선 국민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보고서는 ‘사립학교법’ 개정 등 사립대학이 과거 부정·비리 행태를 바로잡고 대학 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등록금심의위원회 등의 실질화, 교육부 감사와 처벌 강화, 정보공개 확대로 대학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도 필요한 조처로 꼽았다. ‘정부 지원이 부실·한계 대학의 생명을 연장해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심의 등의 장치를 통해 부실·한계 대학은 걸러낼 수 있다. 그보다 고등교육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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