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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부, 특목고·자사고 학비 공시 약속해놓고 5년간 뒷짐

등록 2019-05-05 17:54수정 2019-05-05 20:37

정부, 2014년 ‘특목고·자사고 학비 비교공시’ 밝혀
특목고·자사고 쪽 반발하자 흐지부지

‘학생 1인당 학비’ 공시항목 없어 알기 어려워
“학생·학부모 알 권리 차원… 무상교육 앞두고 서둘러 공개를”
정부가 비싸기로 소문난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비를 낮추겠다며 일반고 등과 함께 학비를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고도 5년째 아무런 조처 없이 손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14년 12월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소비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특목고·자사고 학비 등 비교공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중심으로 학비가 지나치게 비싸 저소득 학부모한테 큰 부담이 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 이들 학교가 학비를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교육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학생·학부모의 알 권리를 확대한다”는 것을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2015년 의견수렴을 거쳐 법률 일부를 개정하고, 2016년부터 각 학교가 따라야 하는 정보공시 지침서에 신설된 항목을 반영하겠다는 추진 일정도 내놓았다.

학비(학부모부담금)는 학부모가 내는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급식비나 현장체험학습비) 등을 일컫는데, ‘학생 1인당 교육비’처럼 주요 공시항목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학교별 현황을 한눈에 알기 어렵다. 현행 초·중등 교육정보공시 서비스인 ‘학교알리미’(schoolinfo.go.kr)를 봐도, ‘학생 1인당 학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려면 학교별 교비 회계 항목에 들어가 연도별 예결산 현황 속의 세부 항목들을 하나하나 찾고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한겨레>가 최근 여영국 정의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4년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학비 공시’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정책 의견수렴 과정에서 특목고·자사고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뒤 흐지부지돼버린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5년 의견수렴 단계에서 더 이상 추진이 안 된 것으로 안다. 앞으로 특목고·자사고에 한정하기보다 전체 초·중·고 학비를 공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견수렴 단계에서 4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상태로, 사실상 시행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함께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7년 결산 기준으로 서울 지역 일반고의 평균 학비는 280만원 수준이지만,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의 학비는 평균 113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 단위 자사고는 720만원, 외국어고는 764만원, 국제고는 860만원 수준이었다. 일반고의 3배 안팎 수준이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올해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특목고·자사고 학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학비 비교공시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학비가 많으냐 적으냐를 떠나, 국민의 정보 접근성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공·사립고교의 학비 정보가 ‘학교알리미’를 통해 비교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공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양선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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