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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린이집 급·간식비 11년째 ‘최저 1745원’… 지자체 지원금도 제멋대로

등록 2019-05-02 15:30수정 2019-05-02 19:35

‘정치하는 엄마들’, 243개 지자체 지원금 전수조사
지원금 없는 지자체 75곳… 많은 곳은 1190원
지원금 없으면 하루 1745원으로 점심·간식 해결해야
“내년도 급간식비 기준 2618원으로 2배 올려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1745원에서 2935원까지 천차만별인 급간식비를 공개하고 1745원어치 급식판과 식품들을 들어 보이며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1745원에서 2935원까지 천차만별인 급간식비를 공개하고 1745원어치 급식판과 식품들을 들어 보이며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그럴듯한 외식을 계획하고 있는 부모라면, 먼저 아이들에게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떤 것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게 좋겠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게 하루 점심 한끼와 오전·오후 두 차례 간식을 준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보육사업안내’ 자료를 보면, 이 하루 급간식비의 최저 기준은 놀랍게도 1745원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건, 소비자물가지수가 21.4%나 오른 지난 11년 동안 이 기준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9년 보육사업안내’의 한 대목. 급식비 최소 기준을 1745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9년 보육사업안내’의 한 대목. 급식비 최소 기준을 1745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급간식비 지원금을 정보공개청구 방식으로 전수조사했는데,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금이 아예 없는 지자체가 75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치하는 엄마들’은 밝혔다. 급간식비를 최저 기준에 맞춰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자체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최저 기준인 1745원으로 점심 한 끼와 두 차례의 간식을 해결한다고 볼 수 있다.

라면이나 물밥 등 ‘부실 급식’ 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저 기준 1745원’으로 대표되는 나라의 무관심이라는 것이 ‘정치하는 엄마들’의 지적이다. 장하나 활동가는 “‘최저 1745원’은 2009년 처음 정해진 뒤로 11년째 변한 바 없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보릿고개를 넘는다”고 짚었다. “저비용에 급식을 맞추다보니 아이들이 가공식품, 반조리 식품 등 안 좋은 먹거리에 노출된다”, “딸기 24알에 6000원 가량 하는데, 1745원 기준에 맞춘다면 아이들에게 오전 간식으로 2알, 점심으로 2알, 오후 간식으로 2알을 줘야 한다는 얘기” 등의 성토가 잇따랐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1745원에서 2935원까지 천차만별인 급간식비를 공개하고 1745원어치 급식판과 식품들을 들어 보이며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1745원에서 2935원까지 천차만별인 급간식비를 공개하고 1745원어치 급식판과 식품들을 들어 보이며 급간식비 인상을 촉구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터무니없이 낮은 급식비뿐 아니라 지자체마다 지원 규모가 제각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분석을 보면, 충북 괴산군, 전남 신안군, 전남 여수시가 각각 1190원, 1147원, 1019원으로 지원금 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들로 꼽혔다. 반면 지원금 규모가 하루 20원, 23원에 불과한 지자체도 있었다. 같은 나이에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끼리 먹는 것이 달라지는 현상도 일어났다. 예컨대 3~5살 누리과정 어린이도 다니는 서울 노원구의 한 병설유치원은 하루 급간식비가 3356원인데 노원구 소재 어린이집의 급간식비는 2345원(최저 기준+지원금 600원)으로, 무려 1000원 이상의 차이가 났다. 그런데 노원구에 인접한 경기도 남양주시는 지자체 지원금이 아예 없어서 이곳 어린이집들의 급간식비는 최저 기준인 1745원에 그쳤다. 노원구 병설유치원과 남양주시 어린이집 사이에는 두 배 가까이의 급간식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자체 지원금의 세부 현황을 보면, 서울의 경우 서울특별시 차원의 지원금은 없으나 25개 자치구들이 150원~1005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인천광역시가 2018년부터 ‘청정무상급식’ 정책 시행으로 관내 8구2군 전체가 영아 455원·유아 655원의 급간식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경기의 경우 도 차원의 지원금은 없이 2000원 이상을 집행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28시3군 가운데 11곳에 지원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5시17군 가운데 8곳에 지원금이 없었는데, 특이하게도 나머지 7곳은 모두 지원금 규모가 가장 큰 상위 16개 지자체에 포함됐다. 전국 243개 지자체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금 현황은 ‘정치하는 엄마들’ 온라인 카페(www.politicalmamas.kr)에 파일 형태로 올려져 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내년도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을 현재 1745원에서 2618원으로 1.5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전수조사 발표를 바탕으로 “많은 양육자들이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급간식비 지원금 인상을 요구하는 데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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