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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드론에 꿈과 희망 실어 하늘로 날린다

등록 2019-04-22 19:41수정 2019-04-22 19:48

드론 조종·정비에 SW 개발
3D 영상 접목해 도시설계
졸업생들 진로 훨씬 넓어져

교내에 조종시험장도 마련
학생·교사 모두 드론에 빠져
조종자격증 취득 줄이어
드론학과에 승부 건 인천하이텍고

지난해 열린 인천하이텍고 학과 대항 드론 축구대회에서 학생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인천하이텍고 제공
지난해 열린 인천하이텍고 학과 대항 드론 축구대회에서 학생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인천하이텍고 제공
지난 18일 인천하이텍고의 교문을 들어서자 먼저 운동장에서 나는 윙 하는 낮은 소리가 낯선 방문객을 반긴다. 고개를 돌려 운동장을 보니 드론 하나가 낮게 떠 있고 이를 조종하는 사람이 두셋 보인다. 운동장에는 빨간 꼬깔콘이 늘어서 있고 리모컨을 움직이는 데 따라 드론이 그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선회하고 있다. 드론 조종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실기 연수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의 변신은 끝이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한다. 예전에 주목받던 직업이 어느 날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생각도 못 했던 직업이 새로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사회의 일꾼을 양성하는 학교도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바빠질 수밖에 없다.

■ 인천에서 첫 드론 교육과정 도입

특성화 학교이자 행복배움학교인 인천하이텍고는 발 빠르게 드론을 교육과정에 도입했다. 4차 산업의 분야로 각광받는 드론이 군사 분야를 비롯해 항공촬영, 농약 살포, 측량사업 등에서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하이텍고는 인천에서 맨 먼저 학과 개편을 통해 전자과를 ‘드론운용과’로, 도시설계과를 ‘드론도시설계과’로 바꿨다. 드론과 관련한 조립, 코딩, 비행, 측량 등 드론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운용과는 지난해부터, 도시설계과는 올해부터 첫 신입생을 뽑았다. 학생은 각각 30명, 14명으로 소수 정예 교육이 가능하다. 담당 교사들은 미개척 분야인 드론 관련 교육과정을 짜느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어떤 때는 학생들과 같이 산업체나 연구기관에 배우러 다니기도 하는 등 열성이 남다르다.

학교에서는 두 학과의 1, 2학년뿐만 아니라 타 학과와 2, 3학년 등 전교생이 드론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고 학과 대항 드론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이를 위해 넓은 교실을 하나 확보해 드론 축구장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나이가 어려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훈련을 받으면 손쉽게 훌륭한 드론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공부엔 다소 관심이 적은 학생들도 축구 게임에는 적극적이다. 학기별로 대회를 두 번 여는데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또 드론 열기를 지역에 확산시키기 위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론 축구대회도 열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계획은 세웠으나 학과 개편 첫해라 이래저래 바쁜 일이 많아 성사되지 못했다. 하이텍고가 축구장과 드론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참가 중학생들에게는 드론 축구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5명으로 구성된 팀만 꾸리만 얼마든지 연습도 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이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방과후에 개방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드론을 좀 더 가까이할 수 있고 하이텍고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론 축구는 5명이 한 팀인데, 공격수 2명, 수비수 3명으로 나누어 시합한다. 공격수는 지름 20㎝의 드론 볼을 조정하여 중앙에 설치한 1m 높이의 원형골대(지름 60㎝)를 통과시켜야 한다. 수비수는 드론 볼로 상대 공격수의 드론을 막아내는 것이다.

운동장에는 드론 조종 자격 시험장이 마련돼 있다. 이로써 드론 관련 이론과 실기를 겸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됐다. 시험장은 학교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인천인력개발원(인천무인항공센터)과 공동으로 운영한다. 드론은 항공기와 같은 비행장치여서 시험장에 제한이 많은데 다행히 하이텍고는 인천공항과 멀고 인구밀집 지역도 아니어서 인천에서 유일하게 허가가 가능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탓에 경기도에도 한곳밖에 조종시험장이 없을 정도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드론 조종 실습을 하고, 방과후에는 일반인과 교사 등이 드론 실습과 시험을 병행하고 있다.

시험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서 뛰어다녔던 손영배(진로직업상담) 부장교사는 “학교 안에 드론 시험장을 설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우리 학교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경기도나 지방까지 멀리 가지 않고도 편리하게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텍고는 자격증 취득용으로 12㎏ 이상의 드론을 250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13분 비행 뒤에는 충전을 해야 하는 등 운용에 제약이 있다. 또 한 대밖에 없어 모든 학생들이 고루 실습에 이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12㎏ 이상의 드론을 다루기 위해서는 드론 조종자 국가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정확한 명칭은 초경량 비행장치 중 무인멀티콥터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우선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20시간의 조종 연수를 받고 최종적으로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 공인국가자격시험 기관 희망

하이텍고 학생과 교사에게는 드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필기시험만 합격할 경우 조종 연습과 연수를 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지난해와 올해 학생 6명과 교사·교장 등 4명이 자격증을 땄다.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연수를 받고 있는 학생과 교사도 여럿 있다. 조종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김영길 드론도시설계과 부장교사는 학생들에게 실기 훈련을 직접 하기 위해 교관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100시간의 조종 실습을 마쳤고, 2박3일의 교육과 시험이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올 3월 4번의 도전 끝에 자격증을 손에 쥔 문민수 학생(드론도시설계과 3)은 “시험이 아닌 연습 때 드론을 날리면 짜릿한 기분이 드는데 시험만 보면 왠지 긴장을 해 어렵게 합격증을 받았다”며 “앞으로 건설업체에 취직해 드론을 활용해 측량하는 등의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디지털전자정보과를 졸업한 박영빈씨는 드론의 덕으로 인천시설공단에 취직했다. 다른 2명과 함께 최종면접에 올랐는데 지난해 취득한 드론 조종 자격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교사들은 보고 있다. 또 작년에 자격증을 딴 김찬영 학생(디지털전자정보과 3)은 드론부대 부사관을 목표로 올 하반기에 있을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이텍고는 공식 드론 조종 시험기관으로 선정되는 것이 꿈이다. 필기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시설과 교사가 대기 중이고, 조종 연수를 하고 시험도 볼 수 있는 시험장을 마련했지만 법적인 장벽이 있어 공인기관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영길 부장교사는 “우리 학생들은 정규 수업과 방과후 수업 시간에 드론 비행 실습을 할 기회가 많은데, 공식 기관이 아니어서 이수시간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지난 18일 인천하이텍고 드론 조종 시험장에서 한 시민(오른쪽)이 교관으로부터 드론 연수를 받고 있다. 김학준 선임기자
지난 18일 인천하이텍고 드론 조종 시험장에서 한 시민(오른쪽)이 교관으로부터 드론 연수를 받고 있다. 김학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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