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미세먼지 저리 가!” 기후 지키는 10대 ‘캡틴 마블’

등록 2019-03-25 19:32수정 2019-03-25 19:40

미세먼지·폭염 경험한 청소년들
직접 만나 고민하며 ‘날씨 공부’
수업 때 선거공보물 분석해보니
날씨·기후 대책 실망스러워

마스크가 생존용품 된 일상
미래세대·학생시민으로서
정부에 기후 정책 개선 요구
“맑은 공기 마시며 살고 싶어요”
주목! 청소년 기후소송단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 활동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미세먼지,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 활동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미세먼지,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깨끗한 공기와 푸른 하늘을 지킵시다! 올해가 우리의 마지막 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학생 8명이 모였다. 이들은 ‘청소년 기후소송단’(이하 기후소송단)으로 미세먼지 문제와 온난화 등 지구의 날씨·환경 변화에 관심 있는 10대들이다.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어른보다 환경?에너지 정책에 밝았다. 방태령(당곡고1) 학생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사 시간에 각 지역 선거 공보물을 분석하는 수업을 해봤다”며 “어떤 환경 공약이 있는지 살펴봤는데 무척 실망스러웠다. 기후?환경 문제를 다룬 후보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수업 시간에 공보물을 분석한 뒤 미국 청소년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 한 학생이 “투표권은 없지만 내 목소리를 정부에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먼지 먹느니 차라리 추웠으면…

이날 모인 학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기후소송단에서 활동하는 학생 50명은 지난해 8월 처음 뜻을 모았다. 1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과 ‘삼한사미’(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으로 한국의 최근 겨울 날씨를 비유하는 신조어)의 견디기 힘든 날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마음에서였다.

기후소송단은 올봄에 정식 소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서경(문현고2) 학생은 “차라리 추웠으면 좋겠다. 미세먼지를 참기 힘들다”며 “날씨를 관리하는 건 국가 차원에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소송단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은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김소영 대표, 에너지정의행동 이영경 국장, 전가영 변호사 등 어른들의 자문을 받아 정부의 환경 정책에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오후 3시에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 모여 ‘3·15 청소년 기후행동’을 진행했다. 이날은 규모가 더 컸다. 중·고생 300여명이 주축이 돼 날씨와 환경의 중요성을 외치고, 청와대 인근 분수대까지 행진하는 등 ‘액션’을 취했다. 이날 행사의 구호는 ‘기후 악당 국가 탈출!’이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와 더불어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지목된 바 있다. 2016년 영국 기후행동 추적(CAT)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며 붙인 오명이다. 또 한국은 2019년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 100점 만점에 28.53점을 받는 등 조사 대상 60개 나라 가운데 57위를 차지했다. 날씨 지키는 ‘캡틴 마블’을 자처하는 청소년들이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후대책 안 세우는 정치인 ‘일침’

10대들의 기후 행동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8월 스웨덴 고등학생 그레타 툰베리(16)가 매주 금요일 스톡홀름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툰베리는 1인시위에 이어 지난해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설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우리 눈앞에서 미래를 훔치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정치인과 국제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성혁(하자작업장학교3) 학생은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은 영국, 호주, 벨기에 등 270개 도시에 사는 10대 수만명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 1월에는 벨기에 브뤼셀의 고교생들이 정부에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행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환경·날씨 문제를 몇몇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직접 행동하며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움직임이다.

마스크가 등굣길 필수품이라니

‘미세먼지 최악, 실외활동 자제’라는 긴급 재난문자를 수시로 받고, 어느덧 마스크가 등하굣길 필수품이 되어버린 현실. 주말에 잠깐 뛰어놀고 싶어도 공기청정기 없는 곳에서는 어쩐지 찜찜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청소년들은 이미 미세먼지 등 기후 문제가, 미래 세대인 자신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안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난 15일과 24일 기후 행동에 참여한 김준서(성남 수내초6) 학생은 “날씨는 나와 친구들의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다. 기후 대책이 잘 세워져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권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손진오(영등포고1) 학생도 “청소년들이 체감하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며 “친구들이 온라인에서 ‘우리의 마지막 봄’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른들 못지않게 10대도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부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등 기후와 직결되는 습관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상대로 소송, 당차다고요?

기후소송단은 실제 법률적 준비를 마친 뒤 부실한 환경 정책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10대들이 ‘원고’가 되고 정부가 ‘피고’가 되는 것이다. 몇몇 어른의 “어린애들이 당차네!”라는 말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단다.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오연재(17) 학생은 “소송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어른들도 있겠지만, 민주사회에 사는 시민으로서 가질 당연한 권리 아닌가”라며 “‘애들 참 귀엽네’라는 시각보다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볼 기회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꼭 소송해야 하느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다. 나라를 상대로 소장을 낸다는 건 이들에게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도휘(수원공고2)·구준모(용산고1) 학생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가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안 들어줄 것 같다”며 “물론 소송 전에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후?환경 정책은 이렇게 시행할 것’이라고 먼저 말해주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마스크를 끼고 노는 서너살짜리 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기후·환경 문제에 이미 늦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친구들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 활동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미세먼지,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 활동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미세먼지,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 활동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미세먼지,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 활동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미세먼지,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