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인터넷 채팅을 하며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지난 칼럼을 통해 ‘저격 영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이버 불링(폭력)에 대응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다고 했지요. 캐나다의 대표적인 미디어 교육 단체인 미디어스마트는 ‘사이버 불링의 이해: 아바타와 정체성’이라는 제목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 대상 수업을 개발했습니다.
수업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먼저 학급 아이들이 함께 재미난 단어 하나를 선택합니다. 평범한 단어보다, 이야기만 꺼내도 웃음이 터질 만한 단어면 더 좋아요. 그리고 학생 한 명을 교실 앞으로 나오게 한 뒤, 친구들의 질문에 무조건 조금 전 결정한 단어로만 대답하도록 합니다. 이때 대답하는 친구는 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이 친구가 웃음을 터뜨리도록 재미난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개구리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친구가 ‘너 앞으로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개구리’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아침에 뭐 먹고 왔어?’라는 질문에도 ‘개구리’라고 답해야 하지요.
두세 명 정도의 학생을 앞으로 나오게 해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한 차례 질문과 답을 마친 뒤, 답을 했던 아이들에게 웃지 않으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웃지 않기 위해 어떤 근육을 사용했는지, 말하는 방식을 다르게 했는지(이를테면 천천히 말한다든가 대답하기 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든가)를 물어봅니다. 질문한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웃음을 터뜨릴 것인지 눈치채게 한 단서가 있었는지 물어봅니다. 친구 얼굴이나 목소리, 몸짓 등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볼 수 있겠지요.
자, 이제 다음 학생을 앞으로 나오라고 합니다. 질문과 답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요. 앞선 활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답하는 아이에게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크기의 가면을 주고, 가면을 쓴 채 답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답을 한 뒤, 대답한 학생과 질문을 던진 학생들에게 조금 전의 활동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물어봅니다. 대답하는 친구의 얼굴을 볼 수 없어 친구를 웃게 하기가 더 어려웠는지, 대답하는 아이는 어땠는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이지요.
또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앞으로 나온 아이는 다른 친구들의 질문에 말로 답하지 않고, 대신 칠판에 글씨로 답을 쓰게 합니다. 이때 글씨 쓰며 답하는 아이는 앞선 아이들만큼 웃음을 참기 어렵다고 느꼈을까요?
이렇게 조금씩 대답하는 환경을 달리한 세 단계의 질문과 답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온라인 소통이 면대면 대화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어요.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데 필요한 여러 단서를 생략해버리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으로 인해 일상적이라 느꼈던 소통이 사이버 불링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이때 피해자는 어떤 느낌이 들지, 그리고 사이버 불링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