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부가 만든 ’자사고·외고·국제고 2기 평가기준 표준안’의 주요 내용.
서울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자사고는 모두 22곳인데, 이들은 올해(13곳)와 내년(9곳)에 있을 운영성과 평가를 통과해야 자사고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죽이기’를 멈춰야 한다”며, “교육청에 제출해야 할 운영성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지난해 교육청이 지정취소 기준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올렸는데, 이에 따라 자체평가해보면 올해 평가받는 13곳 가운데 단 한 곳도 지정취소 기준을 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학생 모집이 불가능한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등의 배점을 높이는 반면, 자사고의 특장점인 인성 및 진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운영에 대한 배점을 낮췄다”고도 주장했다. 연합회는 지정취소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조 교육감과의 대화 등을 요구했다.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애초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입시 명문고’가 되어버린 자사고·외고 등이 고교서열화의 주된 원인이라 보고, 이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펴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교육부는 5년마다 한 번 있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재지정을 까다롭게 하는 표준안을 제시했고, 서울시교육청 역시 지정취소 기준을 기존 60점(총점 100점)에서 70점으로 올리고 교육청의 재량평가 배점을 올리는 등 평가지표를 까다롭게 손본 바 있다.
이 같은 교육 당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전국의 자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반발해왔지만, 사실상 ‘재지정 평가 집단 거부’에까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정취소 기준을 80점으로까지 올린 전북의 경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상산고가 전북교육청과 갈등을 빚다가 최근 “평가 절차에는 참여하지만 일반고 전환 등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국에 있는 자사고는 모두 42곳인데, 이 가운데 24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운영성과 평가와 관련해) 세 차례의 교감회의와 한 번의 교장회의를 소집했으나, 자사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가 법령에 규정된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서울보다 평가 기준이 더 높은 전북 상산고도 평가에 응하기로 했는데, 교육부 기준을 따른 서울 자사고들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학부모 및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예정대로 평가에 참여하도록 요청했다. 애초 일정은, 3월29일까지 학교별로 운영성과보고서를 작성해 교육청에 제출하면, 교육청이 구성한 평가단이 4~5월 중에 평가를 진행하고, 7월까지 평가 결과에 대한 각 학교별 입장을 듣는 청문 절차까지 마치도록 되어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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