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미술 교과에는 학생들이 카메라 사용법을 익힌 뒤 다양한 사진을 찍어보는 단원이 있다. 재미있는 사진이나 담고 싶은 모습을 찍는 시간이다.
카메라로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을 담는 것을 포함해, 잡지에 실린 모델들의 포즈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살펴봤다. 교실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성평등 수업 가운데 하나다.
필자는 영상 광고나 전단지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포즈를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티브이나 인터넷, 지면 등을 통해 남녀 모델의 포즈를 익힌 아이들이, 사진이나 영상에 찍히는 피사체가 될 때에도 익숙한 포즈를 취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쉬운 비교를 위해 같은 상품을 홍보하는 남녀 모델의 포즈 차이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청바지, 샴푸, 운동화 등 광고 속 모델들의 복장이나 동작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었다. 첫 번째는 자유사진을 찍어본 뒤 왜 이 사진을 찍고자 했는지 의도를 나눠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남자와 여자 포즈를 생각해보고 각각의 포즈를 담아 사진을 찍어 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과제를 살펴보기 전, 교사가 학생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화면에 띄워 보여줬다. 그 사진들은 실제 미디어 등 매체에서 여자·남자 모델이 어떤 포즈를 취하는지 깨닫게 해줬다.
각각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학생들은 여자와 남자 모델이 취하는 포즈의 차이를 발견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남자 포즈는 힘이 넘치고 움직임이 많은 자세, 익살스러운 표정, 당당함을 드러내는 자세가 많았다. 반면 여자 포즈는 정적인 자세, 수줍음이 담긴 표정, 몸 선을 강조하느라 뒤틀린 자세가 많았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걸그룹 등 ‘여자 포즈’를 따라 하는 남자들의 사진이 ‘웃긴 사진 게시판’ 같은 곳에 올라온다. 예를 들어 도넛을 한입 물고 애교 있게 웃는 사진, 각선미를 드러내는 것을 과도하게 모방한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포인트를 잘 잡았다며 추천하고 웃기도 한다. 여성성을 모방한 것은 ‘프로답지 않은 웃기는 일’이 되는 것이다.
반면 걸그룹이 보이그룹의 안무를 익혀 무대를 꾸미면, ‘멋있다’ ‘카리스마 있다’ 등의 찬사를 받는다. 상대 성별의 포즈와 춤을 따라 했을 뿐인데 인식 결과는 이렇게나 다르다.
이처럼 잘 따라 했다는 것은 포즈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의 사고 속에는 이미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광고 등 미디어 속 모델들의 포즈는 단순히 상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순종적인 여성,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를 통해 차별적 구조의 재생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누가 어떤 포즈로 사진을 찍든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 갔으면 좋겠다.
정윤식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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