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대학·강사 참여 ‘운영매뉴얼’ 회의에서
대학원생노조, “신진연구자 위한 쿼터제 도입하자”
8월 강사법 시행 뒤 신진연구자의 강사 진입 보장 차원
13일 강사법 관련 국회 토론회… 23일엔 강사법 집회
대학원생노조, “신진연구자 위한 쿼터제 도입하자”
8월 강사법 시행 뒤 신진연구자의 강사 진입 보장 차원
13일 강사법 관련 국회 토론회… 23일엔 강사법 집회
8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박사과정을 갓 끝낸 ‘신진연구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강의 기회를 보장하는 등 학문후속세대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사법’은 강사를 공개 채용토록 하고 이들에게 3년 동안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 시행 뒤 3년 동안 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진연구자’들이 강사 자리를 얻기 힘들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현재 교육부와 대학·강사 단체 대표자들은 ‘운영매뉴얼 티에프(TF)’ 회의를 통해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 시행 뒤 대학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강사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임용, 심사, 계약 등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다. 티에프 회의는 운영매뉴얼에 담기 위해 논의해야 할 항목들을 정리했는데, 여기에는 ‘신진연구자’의 강사 채용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신진연구자’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대학원생노조)이다. 8월부터 강사법 시행에 따라 각 대학들은 강사들을 공개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대학들이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강의·논문 실적 등 양적 지표만을 활용해 강사를 채용한다면, 경력상 실적이 약할 수밖에 없는 ‘신진연구자’들은 강사 자리를 얻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대학원생노조는 ‘신규채용강사 강의 쿼터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강사 임용 과정에서 신규 채용과 경력 채용을 구분하고, 그 일정한 비율을 정해 운용하자는 것이다. 그 비율은 어떤 구간의 형태로, 또는 상한이나 하한의 형태로도 제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학문후속세대의 미래가 중요하다는 것은 대학 주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학계에서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4~5년을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는데, 이 시기에 정규직이 되지 못한 연구자들에겐 연구와 생계를 함께 돌볼 기반이 될 강사 자리가 무척 중요하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학과통폐합, 입학정원 감소 등으로 전체 규모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연구자의 숫자 자체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연구자들의 ‘고령화’ 현상도 뚜렷하다. 때문에 학문후속세대를 배려하자는 대학원생 노조의 제안에 대해, 티에프 회의 내부에서도 대체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매뉴얼은 일종의 ‘권고’일 뿐, 법령이나 규칙처럼 강제·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운영매뉴얼에 쿼터제 등 ‘신진연구자’ 관련 내용이 들어간다면, 이 문제에 대한 교육 당국과 학교 주체들이 공감대를 이뤄 어떤 공통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학원생노조는 티에프 회의에 ‘신진연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2019 강사법에 대한 신진연구자 인식조사’(클릭하면 조사에 응할 수 있음)를 수행하고 있다. 운영매뉴얼은 다음달 중에 완성해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강사법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은, 1학기에 제기된 ‘대량해고’의 실질적인 결과를 점검하는 등 2학기 강사법 시행에 따른 여파를 사전에 최소화하는 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 대학별로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난 학기보다 강의·강사 수가 줄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교육부에서 벌여온 공식적인 실태조사는 아직 취합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 쪽은 “최대한 대학별로 접촉해, 우려하고 있는 강사·강의의 대량 감축이 이뤄지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실과 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주최한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는 교육 당국과 대학, 강사, 학생 등 여러 대학 주체들이 발제 및 토론에 나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선제적으로 최근 몇 년 간의 수강신청 기간 전 강좌 수와 강사 수 및 담당강의 시수량을 비교 분석하여 눈에 띄게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을 초래하는 대학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별 문제없이 대학을 운영하는 곳에는 지원이 충분히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교육 당국에 촉구했다. 또 “대학이 기업처럼 운영되며 교원 통제와 비용 절감에 골몰하면서 이 구조의 최하층에 위치한 시간강사, 비전임교원, 학생 등에게 피해가 집중”되어 온 현실을 비판하며, 2학기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선 강사·비전임교원·학생 등 당사자들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학 단체들은 오는 23일 오후 3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학주체 결의대회’란 이름으로 대중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다수 토론자들은 강사·강의 감축 등으로 강사법을 회피하려는 대학들의 꼼수를 비판하는 한편, 강사법의 연착륙을 위해 추가 재정 확보 등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구실을 촉구했다. 다만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책팀장이 학생 수 감소, 지난 10여년 동안 동결된 대학등록금 현황 등의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 교육 여건에 대한 재정투자를 할 여력조차 없어진 대학들의 현실을 설명하는 등 대학의 실제 여력이 어떤지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서 인용.
‘강사 공대위’ 등 대학 단체들은 오는 23일 광화문광장에서 대중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서 인용.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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