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업과 경영’, ‘생태와 환경’, ‘영화의 이해’, ‘정보 처리와 관리’…. 이름만 보면 대학의 교양강의들인 것 같지만, 서울 고등학교의 수업 과목들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6년부터 ‘고교학점제’ 도입의 전 단계로서 학생들에게 스스로 수업을 선택하도록 하는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결과물이다. 이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은 올해부터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 모두에게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3일 ‘서울형 고교학점제’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단위 학교 내에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으로부터, 학교 간 협력으로 교과목을 공동 운영하는 ‘연합형’, 거점학교에서 특색 있는 교과목을 개설하는 ‘거점형’, 온라인으로 쌍방향 소통하는 교육과정인 ‘온라인형’ 등으로 ‘선택 교육과정’을 발전시켜온 바 있다. 최근 파악된 교육 현장의 수요에 따라 이를 ‘재구조화’하고, ‘서울형 고교학점제’란 이름으로 묶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이는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고교학점제’와의 연계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시교육청은 부교육감을 추진단장으로 하는 ‘고교학점제 추진단’도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이와 관련된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2019년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 개설 과목 및 강사 수요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올해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의 전면 도입을 맞아 전체 고등학교 229곳에 선택과목 개설 현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올해 2학년에 실제 개설 예정인 선택과목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학교 현장에 어떤 어려움과 요구가 있는지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이를 보면, “개방형 교육과정의 취지를 충실히 이해하고 학생의 신청에 따라 과목을 개설한 학교가 대부분”(응답률 78%)이었다고 시교육청 쪽은 밝혔다. 애초 취지에 맞게 과목 선택의 다양화는 이뤄냈다는 자체 평가다.

다만 △수능 과목 발표 이후 다양한 선택보다는 수능 과목 중심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쏠림’ 현상(40.9%) △과원 발생, 시수 증가 부담 등 교사 수급의 어려움(43.1%) △시설 등 운영 여건 상의 문제(16%) △학생들에게 자신의 교육과정을 설계하게 하는 어려움(11.2%) 등이 추가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로 꼽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 △강사 및 시설 인프라 구축 △교육공동체 역량 강화 등 세 가지를 ‘서울형 고교학점제’ 운영의 중점 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보면, 극소수 인원의 선택으로 개설되지 않는 과목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온라인형 설렘 강좌’를 구축해 2021년까지 20개 내외의 과정으로 확대한다는 것, 36억원을 예산 편성하여 강사비를 지원하고 강사와 학교를 연결하는 매칭 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는 것, 학교 시설 및 환경을 재구조화하기 위해 학생의 창의·감성·협업을 위한 교육 공간인 ‘꿈담 학습카페’를 확대한다는 것 등이 담겼다. 시교육청 쪽은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그저 따라갈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추진해왔던 ‘선택 교육과정’ 정책을 구체적으로 확대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는 것이 ‘서울형 고교학점제’의 취지”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