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치며 화장실 앞에서 ‘금연송’
탈 쓰고 교실 방문해 셀카 찍기
교장실 오면 초코파이 무한 리필
교장-학생 사이 두꺼운 벽 허물어
모험놀이 응용해 보드게임 개발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상담 게임
마음속 응어리 학생들과 소통
외국 언론도 큰 관심 갖고 보도
탈 쓰고 교실 방문해 셀카 찍기
교장실 오면 초코파이 무한 리필
교장-학생 사이 두꺼운 벽 허물어
모험놀이 응용해 보드게임 개발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상담 게임
마음속 응어리 학생들과 소통
외국 언론도 큰 관심 갖고 보도
보드게임 개발한 ‘괴짜 교장쌤’ 방승호
국내 최초 모험상담가, 가수에다 탈 쓰고 교실 돌아다니는 ‘괴짜 교장쌤’ 방승호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이 이번에는 보드게임을 개발했다. 아이들 모험놀이 상담 기법을 게임에 응용한 것이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상담하고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저녁 교장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다란 스피커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책상 위에는 정돈되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고, 소파 테이블도 책과 보고서 등으로 어지러웠다. 교장실 여기저기엔 호돌이·원숭이 등 탈도 널브러져 있다. 벽을 둘러가며 노란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다. 깔끔하고 정돈된 여느 학교 교장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 아이들 마음 여는 도구로 개발
▲ 이번엔 보드게임을 만들었다는데 어떤 것인가?
“‘리멤버카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내가 하고 있는 모험상담을 게임화한 것이다. 한 플레이어가 자신의 고민이나 희망 등 주제어를 정해서 말을 한 뒤, 자신의 느낌을 나타내는 안정·성장·고통 중 하나의 카드를 골라 엎어놓는다. 다음 사람들은 그 주제어에 대해 자신의 선택 카드를 앞이 보이도록 내놓는다. 자신과 공감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으면 점수를 얻는 식이다. 카드놀이를 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희망 등을 은연중 털어놓게 되고, 선생님이나 부모들은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봄으로써 아이를 이해하고 또 고민 등을 해결해줄 수도 있다.” ▲ 게임을 개발하려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텐데?
“게임 내용은 간단하다. 카드놀이의 일종이다.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족, 친구 관계, 과거의 아픈 기억, 공부 등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조금만 털어놓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만들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좋은 의사소통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효과는 어땠나?
“시간만 나면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한다.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콤플렉스를 얘기하고 남과 공유하는 것만으로 치유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도 이런 단어 게임을 통해서 콤플렉스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조하고 이런 놀이는 폄하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고민을 얘기하고 자기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 상담을 시작한 계기는?
“토목공학교육을 전공해 기술 과목 교사가 됐다. 그러나 전등 하나 고칠 줄도 모르는 등 적성에 맞지 않았다. 22년 전 우연히 서울시교육청 후원으로 미국의 피에이(PA)라는 기관에서 하는 모험놀이 연수를 받게 됐는데, 딱 나하고 맞는다 싶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서 다른 놀이도 개발하기 시작했고, <우리집 모험놀이> 등 책도 여러 권 썼다. 또 이걸로 한국 최초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도 땄다. 나중에는 모험놀이와 뇌 교육을 연계해 웹상에서 상담을 할 수 있는 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 ■ 상담이 아니라 게임을 하듯이 ▲ 모험놀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상담은 의자에 앉아서 한다. 상담을 받고 나면 아이들이 경기를 한다. 전혀 즐거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놀이를 가미한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몸을 통해서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에 자기가 상담하는 줄도 모르고 빠져든다. 모험놀이 5~10분 하면 아이들이 눈 녹듯이 녹는다.” ▲ 가수로 데뷔했다고 들었는데.
“아이들 상담 과정에서 좀 더 재미있는 놀이가 없을까 생각하다 가수로도 데뷔하게 됐다. 그럭저럭 7~8년 사이에 7집이 됐다. 아이들 도움으로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그중에 5곡 정도는 음원차트에도 올라갔다. 아이들이 유튜브에도 올리고 해서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는 갑자기 옆에 있던 기타를 들더니 “노래 한번 들어보시죠” 하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 이 노래가 금연송이군요.
“고등학교에서는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퇴학을 시키는데 예방 차원에서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주로 점심시간에 하는데 버스킹 하는 아이들과 함께한다. 교장실에 오면 자주 들려준다. ‘담배 피우지 마’라고 하지 않고 노래만 불렀는데도 아이들이 화장실이나 학교 근처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 ▲ 교장실에 탈이 많은데.
“수업시간에 교실에 다녀보니 아이들이 다 엎드려 자고 있었다. 저 아이들을 어떻게 깨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탈을 쓰게 됐다. 아이들이 “사진 같이 찍어요” 하며 다가온다. 학생과 교장의 거리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탈 쓰는 데 창피한 건 10초면 된다. 그러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 아이들과 친해지는 또다른 비법은?
“교장실에 오면 초코파이를 무한 리필해준다. 교육이라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담을 헐면 쉬는 시간마다 50명 100명이 교장실에 오게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친해지면 상담을 하게 된다. 그 아이가 밝아지면 학교가 밝아진다.” ▲ 저기 벽에 가득한 노란 스티커는 무엇인가?
“목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년 학생들에게 꿈을 적도록 한 것이다. 3월 중순 정도에 한다. 졸업할 즈음이 되면 얼마나 이뤘는지 다시 적도록 한다. 중간 점검을 해 필요하면 코칭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 이 학교에는 어떤 학생들이 오는가?
“서울 시내 인문계 고교 3학년 가운데 750명을 선발해 1년간 직업교육을 하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데 학교에 다니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잠만 자게 된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 오게 되면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면 된다. 얼마나 즐겁겠는가. 요즘은 경쟁률도 세졌다. 다 뽑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 가수 박효신·휘성·환희도 졸업생 ▲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과목은?
“특이한 과들이 많이 있다. 실용음악, 게임제작, 미용예술, e스포츠 등 14개 학과가 있다. e스포츠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인데, 피시방을 만들어 맘대로 게임을 하도록 했다. 작년에 에스케이텔레콤(SKT)에 들어간 ‘레오’ 한겨레도 우리 학교 출신이다. 가수 박효신·휘성·환희도 우리 졸업생이다. 올해엔 버클리음대에 진학한 학생도 나왔다.” ▲ 다른 학교나 교육청에서도 관심을 보이나?
“요즘엔 교사들과 장학사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외국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 <비비시>(BBC) 등이 보도를 했고 이번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에서 우리 학교를 주제로 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기로 했다. 강호준 영화감독이 2년간 만든 것인데 70분짜리로 다시 편집해 극장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 아직도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전국을 다니면서 모험상담 강의를 하고 노래를 하는 콘서트를 계속하는 것이 꿈이다. 30여년간 교직 생활을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글·사진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리멤버카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내가 하고 있는 모험상담을 게임화한 것이다. 한 플레이어가 자신의 고민이나 희망 등 주제어를 정해서 말을 한 뒤, 자신의 느낌을 나타내는 안정·성장·고통 중 하나의 카드를 골라 엎어놓는다. 다음 사람들은 그 주제어에 대해 자신의 선택 카드를 앞이 보이도록 내놓는다. 자신과 공감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으면 점수를 얻는 식이다. 카드놀이를 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희망 등을 은연중 털어놓게 되고, 선생님이나 부모들은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봄으로써 아이를 이해하고 또 고민 등을 해결해줄 수도 있다.” ▲ 게임을 개발하려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텐데?
“게임 내용은 간단하다. 카드놀이의 일종이다.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족, 친구 관계, 과거의 아픈 기억, 공부 등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조금만 털어놓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만들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좋은 의사소통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효과는 어땠나?
“시간만 나면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한다.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콤플렉스를 얘기하고 남과 공유하는 것만으로 치유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도 이런 단어 게임을 통해서 콤플렉스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조하고 이런 놀이는 폄하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고민을 얘기하고 자기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 상담을 시작한 계기는?
“토목공학교육을 전공해 기술 과목 교사가 됐다. 그러나 전등 하나 고칠 줄도 모르는 등 적성에 맞지 않았다. 22년 전 우연히 서울시교육청 후원으로 미국의 피에이(PA)라는 기관에서 하는 모험놀이 연수를 받게 됐는데, 딱 나하고 맞는다 싶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서 다른 놀이도 개발하기 시작했고, <우리집 모험놀이> 등 책도 여러 권 썼다. 또 이걸로 한국 최초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도 땄다. 나중에는 모험놀이와 뇌 교육을 연계해 웹상에서 상담을 할 수 있는 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 ■ 상담이 아니라 게임을 하듯이 ▲ 모험놀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상담은 의자에 앉아서 한다. 상담을 받고 나면 아이들이 경기를 한다. 전혀 즐거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놀이를 가미한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몸을 통해서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에 자기가 상담하는 줄도 모르고 빠져든다. 모험놀이 5~10분 하면 아이들이 눈 녹듯이 녹는다.” ▲ 가수로 데뷔했다고 들었는데.
“아이들 상담 과정에서 좀 더 재미있는 놀이가 없을까 생각하다 가수로도 데뷔하게 됐다. 그럭저럭 7~8년 사이에 7집이 됐다. 아이들 도움으로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그중에 5곡 정도는 음원차트에도 올라갔다. 아이들이 유튜브에도 올리고 해서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는 갑자기 옆에 있던 기타를 들더니 “노래 한번 들어보시죠” 하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 이 노래가 금연송이군요.
“고등학교에서는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퇴학을 시키는데 예방 차원에서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주로 점심시간에 하는데 버스킹 하는 아이들과 함께한다. 교장실에 오면 자주 들려준다. ‘담배 피우지 마’라고 하지 않고 노래만 불렀는데도 아이들이 화장실이나 학교 근처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 ▲ 교장실에 탈이 많은데.
“수업시간에 교실에 다녀보니 아이들이 다 엎드려 자고 있었다. 저 아이들을 어떻게 깨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탈을 쓰게 됐다. 아이들이 “사진 같이 찍어요” 하며 다가온다. 학생과 교장의 거리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탈 쓰는 데 창피한 건 10초면 된다. 그러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 아이들과 친해지는 또다른 비법은?
“교장실에 오면 초코파이를 무한 리필해준다. 교육이라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담을 헐면 쉬는 시간마다 50명 100명이 교장실에 오게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친해지면 상담을 하게 된다. 그 아이가 밝아지면 학교가 밝아진다.” ▲ 저기 벽에 가득한 노란 스티커는 무엇인가?
“목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년 학생들에게 꿈을 적도록 한 것이다. 3월 중순 정도에 한다. 졸업할 즈음이 되면 얼마나 이뤘는지 다시 적도록 한다. 중간 점검을 해 필요하면 코칭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 이 학교에는 어떤 학생들이 오는가?
“서울 시내 인문계 고교 3학년 가운데 750명을 선발해 1년간 직업교육을 하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데 학교에 다니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잠만 자게 된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 오게 되면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면 된다. 얼마나 즐겁겠는가. 요즘은 경쟁률도 세졌다. 다 뽑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 가수 박효신·휘성·환희도 졸업생 ▲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과목은?
“특이한 과들이 많이 있다. 실용음악, 게임제작, 미용예술, e스포츠 등 14개 학과가 있다. e스포츠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인데, 피시방을 만들어 맘대로 게임을 하도록 했다. 작년에 에스케이텔레콤(SKT)에 들어간 ‘레오’ 한겨레도 우리 학교 출신이다. 가수 박효신·휘성·환희도 우리 졸업생이다. 올해엔 버클리음대에 진학한 학생도 나왔다.” ▲ 다른 학교나 교육청에서도 관심을 보이나?
“요즘엔 교사들과 장학사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외국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 <비비시>(BBC) 등이 보도를 했고 이번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에서 우리 학교를 주제로 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기로 했다. 강호준 영화감독이 2년간 만든 것인데 70분짜리로 다시 편집해 극장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 아직도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전국을 다니면서 모험상담 강의를 하고 노래를 하는 콘서트를 계속하는 것이 꿈이다. 30여년간 교직 생활을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글·사진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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