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육과정 이해해보기
자녀가 고교에 입학을 하면 학부모는 자연스레 ‘입시 컨설턴트’가 된다. 복잡한 대입 전형 용어를 익혀야 하는 한편, 아이가 학교생활에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학부모 김민희씨는 오는 3월 아이 고교 입학을 앞두고, 당장 시간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부터 확인했다. 김씨는 “일단 수업 시간이 중학교보다 5분씩 늘었다. 아침 8시 전까지 등교해 오후 4~5시까지 교과 활동을 한다”며 “어른들에게는 5분씩 늘어난 수업 시간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아직 10대인 아이들에게는 생활 패턴의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의외로 학교에서 방석이 필요하다더라. 온종일 앉아서 공부하고 수업 듣는 아이들에게 ‘필수 아이템’인 셈이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경우 눈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소형 엘이디(LED) 스탠드를 마련해주면 학습실에서 눈에 피로가 덜 갈 것 같다.”
고교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졸업 최소 이수단위가 204시간인데, 이를 3년 동안 여섯 학기로 계산해보면 아이들이 하루 6~7시간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204단위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 다양한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재하 중일고 교사(전국진로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는 “204단위 수가 어떤 활동으로 채워져 있느냐에 따라 고교 유형이 달라진다. 만약 아이가 과학 중점학급이라면 수학?과학 과목의 이수 단위가 전체의 45% 이상이 된다”며 “이런 경우 일반 과정보다 15% 이상 해당 과목에 대한 집중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의 목표 대학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라 실제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먼저다.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나 대입정보포털 어디가(www.adiga.kr)를 통해 엄선된 정보를 접해볼 것을 권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뿐 아니라 학생부 교과전형(교과전형) 등 대입을 위한 입시 프로세스를 미리 익혀둘 필요도 있다. 특히 대부분의 상위권 학생이 학종을 통해 입시를 준비하는 만큼, 중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이 바로 교과전형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능 최저 기준’ 유무다. 2020학년도 교과전형에서 최저 기준이 있는 대학은 경기대·단국대·부산대·상명대·서울시립대·한성대 등이고 최저 기준이 없는 대학은 광운대·명지대·성신대·세종대·한국외대 등이다.
수능 최저 기준이 없는 경우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면 된다. 한데 최저 기준이 있는 경우 이를 충족한 학생만 선발한다. 한마디로 최저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내신 성적이 좋아도 뽑힐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입학 합격선이 낮아지는 모집 단위가 나올 수 있다. 이 교사는 “학종이든 교과전형이든 핵심은 ‘내신’이다. 아이가 중학교 시절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대입을 위한 다양한 전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입시 용어를 어려워하지 않고 한번씩 훑어보기만 해도 아이 고교 생활을 위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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