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졸업 시즌이다. 1년을 함께한 학생들을 떠나보내며 아쉬움과 동시에 걱정되는 점들이 떠오른다. 점점 더 커질 학업 스트레스, 사춘기의 성장통, 그리고 ‘스쿨 미투’(학내 성폭력 고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변 사람들과 스쿨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면 자신이 겪었던, 혹은 보거나 들었던 다양한 피해 사실들이 나온다. 나는 다행히도 학생 시절을 무탈하게 보냈는데, 요즘에는 이 무탈했던 것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학교 내 성폭력이 최근에 더 심각해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사람들의 용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의 말을 무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묻혀왔던 많은 아픈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게다가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라는 장소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 타인의 이야기라고 나만 운 좋았다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해결은 급한데 과정은 쉽지 않고 빠르지 않을 지금, 중학생이 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을 느껴 수업을 준비했다.
먼저 앞으로의 중학교 생활에 대해 걱정되는 점을 물어보니, 대부분 새로운 학교생활, 교우관계 또는 인간관계(선후배, 선생님), 성적 등을 꼽았다. 성범죄는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여기거나, 사례들을 몰라서일까? 그래서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했던 미투 사건과 관련된 몇몇 사람의 이름을 제시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질문했다. 학생 몇 명이 “성폭력 사건들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미투, 스쿨 미투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물어보니 모두가 들어봤다고 했다.
학교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디부터가 성폭력인지 알아야 한다. 성폭력의 기준을 물어보니 학생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범위를 정했어도 이게 맞는지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학교폭력을 떠올려보라 했더니 금방 답이 나왔다.
“터치나 말이라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고 불쾌한 경우에는 성폭력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나 감정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는 대답이 아이들 입에서 나온 것이다. 내가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기분 나쁠 경우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면 누군가가 교실에서 불쾌함을 불러일으키는 성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어보니 ‘동조하지 않기’ ‘웃지 않기’ ‘왜 잘못인지 이야기하기’ ‘선생님께 말씀드리기’ 등의 대답이 나왔다.
‘동조하지 않기’ ‘웃지 않기’ 등의 대답에 대한 피드백으로 그것이 바로 2차 가해임을 알려주었다. 2차 가해는 피해 학생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다른 학생들이 인지해야 할 가해 행동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절대 하지 않도록 강조했다. 다음으로 ‘왜 잘못인지 이야기하기’와 더불어 기분이 나쁠 경우, 그 의사 표시도 확실히 하도록 당부했다. 동시에 선생님께 말씀드린다는 대답에는 학생들이 좀 더 안전한 학교에서 지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오늘의 대답들을 잘 기억하고 중학교에 가서, 또 그다음에도 언제나 실천으로 옮기기로 약속했다.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살피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한보영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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