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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내가 좋아하는 미디어, 왜 자꾸 잘못됐다고 하지

등록 2019-02-25 20:39수정 2019-02-25 22:40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성과 내용, 방법 등도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맞추어 조금씩 확장되거나 변형되기도 합니다.

대중매체가 주를 이루던 시대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보다는 미디어 교육이라는 용어가 통용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학교에서 방송반이나 영화감상반, 대중매체비평반 등을 통해 미디어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개별화된 동시에 사회적 관계망을 중시하는 현 미디어 환경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용어가 보다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용어의 변화는 교육 초점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칼럼에서 소개한 여러 교육 사례나 이슈들에서 알 수 있듯이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의 진위 판별 및 평가,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이해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간과하거나 약화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미디어를 소비하거나 생산할 때 느끼는 ‘감정’과 ‘즐거움’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주요한 대상으로 생각되는 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요소들의 고려가 특히 중요합니다.

몇 해 전에 중학교에서 이루어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기 있던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어떤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고,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그날의 주요 활동이었어요. 수업의 흐름이 뮤직비디오를 비판하는 쪽으로 흘러갔지요. 수업이 끝난 뒤 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아이돌 그룹의 팬이었던 학생은 친구들의 의견에 찬성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았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처럼 ‘즐거움’과 ‘감정’은 우리가 미디어를 향유하게 되는 동기 그리고 우리가 미디어를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학교 정규교육이든 가정에서의 교육이든 상관없이 미디어를 교육의 장으로 끌어올 때 이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즐겨 향유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특정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하거나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활동을 할 경우 그에 대한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미디어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미디어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과 미디어를 통한 정체성 구현이라는 측면을 교육 실행 때 늘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교 안에서 학습자를 중심에 놓는 미디어 교육의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된 영국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초등학생 대상의 ‘타임캡슐 만들기’ 지도안을 보면 활동을 할 때 교사들에게 두 가지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음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첫째, 토론이 이루어지는 동안 다른 친구들의 의견 및 취향을 존중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미디어의 경우 학생의 가정 환경과 문화, 종교, 경제 사정에 따라 접하는 내용과 범위가 다를 수 있으니, 서로의 문화 자원에 대해 존중하고 활동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게끔 잘 살피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둘째, 학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답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익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자는 미디어 교육 활동과 관련하여 대개 하나의 정답이 없음을 경험하도록 지도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제작 활동과 분석 활동을 병행하여 학생이 소비자의 입장뿐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제작 과정이 수반하는 여러 가지 선택적 과정들을 경험함으로써 미디어와 관련된 감정적·이성적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등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디어 생활에는 자신의 취향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적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아이들의 삶과 생활과 괴리되지 않고, 미디어 취향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디어 향유 과정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즐거움에 대한 고려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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