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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립이 아니라 학교”…불붙는 ‘유·초·중등 사학 공공성’ 논의

등록 2019-02-14 17:44수정 2019-02-14 17:57

1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조승래 의원실 토론회
학령 인구 감소,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으로
“사립학교에 새로운 위상 필요하다” 목소리
교육부에 유·초·중등 사립학교 전담 팀 등 요구
“공공성 아니라 자율성” 앞세운 반대 목소리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유·초·중등 사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유·초·중등 사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보여주듯 사립학교, 특히 유아·초등·중등 분야에서 ‘교육 공공성 강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령 인구의 감소 등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사학들이 태반인데도, 이들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관리·감독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주된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에 유·초·중등 사립학교 전담 팀을 만드는 등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함께 연 ‘유·초·중등 사학의 공공성 강화’ 정책토론회에는 2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기조발제를 맡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게 ‘학교’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사립학교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여성 교사들의 육아휴직 보장, 사무직원 공개 채용, 개방이사제도 도입 등 그동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해온 사립학교 개선 과제 15개를 제시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학 공공성 강화’ 정책들도 소개했다. “서울 교육청 관내 348곳 학교 가운데 ‘에듀파인’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학교가 10곳인데, 대부분 사립초등학교인 이곳들도 올해 안에 에듀파인을 쓰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학교 법인들이 부담하는 ‘법정부담금’ 현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교육청 누리집에 올려두겠다고도 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청이 사립학교에 시정·변경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학급·학생정원 조정, 재정결함보조금과 특별교부금 등 재정지원 제한, 인사나 연수·포상 대상자 선정 시 불이익 등 제재를 가하겠다”고도 밝혔다. 교육청의 제재 조처는 법률로 주어진 권한이나, 관련 절차와 기준이 미비하여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에는 “중등 이하 사립학교 업무 담당 독립 부서 설치”, “현행 사립학교법을 ‘사립대학법’과 ‘중등 이하 사립학교법으로 이원화’” 등을 요구했다. 현재 교육부에는 고등교육정책실 산하에 사립대학 관련 업무를 하는 팀만 있을 뿐, 유아·초등·중등 사립학교 관련 전담 팀은 없다.

재정(하봉운 경기대 교수), 법인의 권한(임재홍 방송대 교수), 인사 정책(문홍주 서진여고 교장) 등 사립학교 관련 문제들을 따져보는 발표들이 뒤를 이었다. 발표자들 역시 유·초·중등 사립학교와 사립대학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한목소리를 냈다.

재정 문제를 살핀 하봉운 교수는 “사학재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학교법인에 있으나, 학교법인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사학재정에 대한 정부재정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사학 법인들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통해서 수익을 내야 하지만, 그 수익률이 매우 낮아서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마저 학교가 대신 부담하고 있는 것이 많은 사학들의 실정이다. 또 학교에서 부족한 예산은 교육청이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지원하는데, 그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학령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구조는 더욱 악화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하 교수는 “사립학교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더이상 운영이 어려운 ‘한계사학’에 대한 정리 방안이 필요하며, 사학 경영평가를 통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등 사학법인의 자구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고교 무상교육 확대에 따라, 사립 초중등 학교에 한해 공립·공공시설로의 전환, 통폐합, 폐교 등의 ‘전환’을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하고, 이를 위해선 사립학교법 등에 한시적인 특례조항을 넣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의 법적인 성격을 짚은 임재홍 방송대 교수는 본래 사교육의 영역이었던 교육이 공교육으로 전환된 계기가 의무교육·무상교육의 도입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되므로, 이에 맞추어 사립학교에 대한 정책과 법·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사립학교들은 의무·무상교육인 공교육을 수탁받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주체라는 측면에서 사단적 단체(공동체)의 성격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사립학교들은 “사실상의 공영형 사립학교”라고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로부터 재정의 50% 이상을 지원받는 사립학교를 ‘공영형 사립학교’ 또는 ‘정부책임형 사립학교’로 보며, 이런 학교들은 교육과정, 시험유형, 교원 인사와 임금 지급 방식, 학생 입학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무를 수탁받은 사립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법·제도 등 관련 체계가 거의 없다. 때문에 임 교수는 “사학기관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려면 교육청에 이를 전담하는 부서를 마련해야 하며, 실효성이 있는 관리·감독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유초중등 사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동주최자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유초중등 사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동주최자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학 비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문홍주 교장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공교육 체제에서 사학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은 나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중등사학기관을 대학과 비슷한 프레임으로 관리하거나, 소극적·형식적 지원 행정 중심으로 관리·감독해왔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1872곳 가운데 사립 초등학교는 74곳(1.2%), 사립 중학교는 637곳(20%), 사립 고등학교는 947곳(40%)이다. 문 교장은 “교육부에 각 시도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인사 정책 등 중등 사립학교 관련 일관성 있는 정책을 총괄하고, 시도교육청별 소통과 협력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칭 ‘중등사학지원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의 발표에 대해, 조훈(서정대 교수), 이명웅(변호사), 홍택정(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경북회장), 김동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 김영태( 기자), 노년환(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 등이 토론에 나섰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사학의 공공성 주장이 자율성을 짓누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학의 책무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는 쪽으로 갈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반영한 법률안 초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련 논의가 구체적인 입법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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