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주고받는 것도 배워야 잘할 수 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는 건 대화가 아니라 ‘감정 배설’일 수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온갖 학원과 공부법에 ‘투자’하는 부모들이지만 정작 평생 필요한 대화법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 말에 아이는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하고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메시지’를 연습해보세요
‘아이(I) 메시지’는 ‘나 대화법’이라고도 한다. ‘나’를 주어로 말하는 방식이다. 보통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건넬 때 쉽게 아이의 행동을 비난한다. “너 아직도 게임해?” “온종일 잠만 자네. 너 공부는 언제 할래!” 흔히 건네는 말 속의 주어는 부모가 아니다. 그저 아이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뒤 탓한다. 부모의 말을 듣고 ‘알아서 잘해주길 바라는’ 수동적 대화 방식이다.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려 하지 말고 부모 자신의 감정을 먼저 표현해보자.
“아빠는 영수가 오래 게임하다가 눈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 돼” “엄마는 민주가 숙제를 미루지 않고 중요한 일부터 했으면 좋겠어” 등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아이 메시지로 이야기를 하면 부모와 자녀 모두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상대를 탓하지 않고 ‘나’의 기분을 풀어내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안전한 대화 공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지시하지 말고 대화에 ‘초대’하세요
“빨리 방 청소해!”와 “성호야, 저녁 7시부터는 방을 정리해볼까?”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자가 좋은 대화다. 아이 자존감을 키워주는 대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말투다.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들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말투와 자녀를 대화에 ‘초대’하는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한다. 지시·명령하는 말에 익숙한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도 친구들을 폭압적으로 대할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법이 가정 문화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
애매모호한 칭찬은 ‘독’이 됩니다
아이 기 살려주기에도 방법이 있다. 모호하거나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데 해가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에게 “대단하다. 너는 피카소가 될 거야”라는 식의 말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부모가 그 상황에서 ‘편리한 칭찬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런 과한 칭찬에 중독된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보다는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칭찬은 아이 행동이나 과제 수행 과정을 관찰한 뒤 구체적으로 건네는 게 좋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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