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나와 다른 성별은 어떤 점이 불편할까’에 대해 생각해봤다.
#남자여서 이럴 때 불편하다!(예측) : 대변 보려면 휴지 들고 가야 하니까 사람들이 다 안다, 잘 때 몽정한다, 포경수술 해야 한다, 뻥 뚫린 화장실, 키 크고 힘이 세야 한다는 고정관념, 술·담배 배워야 한다는 생각, 남자가 남자 아이돌 좋아하면 놀린다, 입을 수 있는 옷이 다양하지 않다.
#여자여서 이런 점이 어렵고 불편하다! (예측) : 에스(S)라인이 되어야 한다, 명절 때 요리한다, 집안일을 많이 한다, 생리통이 힘들다, 고정관념 때문에 우아하게 먹어야 한다, 화장실이 늘 만원이다, 출산의 고통.
각자의 생각을 큰 종이에 적어보며, 아이들은 그동안 교실에서 해본 적 없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아기 낳는 건 진짜 아프대.”(남학생) “헐, 그럼 남자는 소변 본 다음에 안 닦아?”(여학생) 어떤 것들은 오해였지만 우선은 자유롭게 말하도록 했다. 그래야 서로가 오해한 지점을 찾고 이해할 틈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이제 본래 자신의 성별 칸으로 돌아가서 친구들이 종이에 적어놓은 걸 볼 차례다. 너나없이 깔깔거린다.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자신에겐 너무 당연한 일상이 상대에겐 무척 생소하고 의아한 일일 수 있음을 확인한다. 그렇게 서로의 처지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상대의 눈으로 나를 다시 보기도 하는 시간이다.
서로 이해해보자고 시작했지만, 매끄럽기만 하진 않았다. 자기들을 전혀 몰라주는 것 같은 문장을 만나면 “이거 누가 쓴 거야? 분명 ○○일 거야”라며 서로 미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 미워하기 전에 얼른 질문을 던졌다.
“친구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점들이 있었나요? 발표해주세요.”
섭섭해하며 씩씩대다가 친구의 발표를 들으면서 비로소 자신들의 고충을 알아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서운하거나 친구들이 오해한 거라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나요?”
“네! 솔직히 이건 너무해요.”
“좋아요.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는 방법 2단계는 입장 차이가 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납득하는 겁니다. 지금부터는 인정하는 부분에 동그라미로 동의 표시를 해주고, 실제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칸에 설명해주세요. 말 안 해주면 모르는 게 생각보다 많거든요. 여러분이 싫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런 거예요.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아까보다 한층 활발하다. “똑같은 조건에서 남자가 100만원 벌 때 여자는 63만원만 받는다고? 어째서?”를 시작으로 간이 토론을 하기도 하고, “난 솔직히 치마 안 입고 싶은데, 왜 여자 교복은 전부 치마야?”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토록 아이들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가 넘쳐나는 수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젠더 수업은 다르다. 아이들의 몸과 생활에 관심 갖고 살펴볼 수 있는 수업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수업이 아니라 수다 떨고 노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딱 내가 바라던 분위기였다.
황고운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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