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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옳고 그름 판단 없이 자주 바라봐주는 부모가 되어주세요

등록 2019-02-11 20:13수정 2019-02-11 20:35

수학 점수가 엉망진창이거나
할 일 미루고 게임만 하더라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눈 마주하고 미소 지어주길

죄책감 가진 부모 아이에게 독
직장생활·가정생활 모두 완벽한
슈퍼맘·슈퍼대디 되는 것보다
스스로를 아끼는 부모가 필요해
새학기 맞는 우리 아이 자존감 키워주기

오는 3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3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돼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또래 관계에 문제는 없을지….”

서울 성동구에 사는 학부모 김노을씨는 첫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생각이 많다. 지난 1월 초 2019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에 다녀온 뒤로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초등 학부모 되기’와 같은 책을 읽어보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이 키우기가 부모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 시절에는 학습만큼 중요한 게 ‘자존감 키워주기’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고 했다. 아동·청소년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 시절 아이의 ‘마음 뿌리’를 단단히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1년 7월14일 방학식을 마친 서울 문래초등학교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1년 7월14일 방학식을 마친 서울 문래초등학교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자아 존재감 있어야 자아 존중감 생겨

최근 몇년 동안 대형 서점 주요 코너에는 ‘자존감’ 섹션이 따로 마련될 정도로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존감이라고 하면 보통 ‘자아 존중감’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초등교육 전문가들은 “자존감의 뿌리는 ‘자아 존재감’”이라고 강조한다. 자아 존재감이 형성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자아 존중감이 생긴다는 말이다. ‘자아 존재감’이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초등 자존감의 힘>을 펴낸 김선호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는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은 매우 나약해서 누군가 나를 바라봐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자꾸 의심한다”고 했다. 특히 초등 시기에는 아이들의 말과 표정에 반응해주는 ‘단 한 사람의 어른’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부모를 불렀을 때 부모가 뒤돌아서 아이를 바라봐주지 않거나 등을 돌린 채로 “응, 얘기해”라고 하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찰나지만 일종의 존재감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이렇듯 존재감은 누군가 나를 자주 바라봐주어야 형성된다. 존재감이 만들어진 뒤에야 자존감이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아 존중감은 “내가 있기는 있는데 아주 형편없이 있음에도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바라봐줄 때 생긴다”는 이야기다. 무작정 아이를 칭찬해주거나, 아이의 모든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건 자아 존중감 형성과 크게 관련이 없다. 중요한 건 한결같이 바라봐주는 어른의 존재다. 꼭 부모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를 주로 양육하는 사람이라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누구든 상관없다.

초등 시절 자존감이란 자아 존재감 더하기 자아 존중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가지가 탄탄하게 쌓인 아이는 ‘회복 탄력성’을 얻게 된다. 살아가면서 실패하거나 넘어지더라도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2011년 7월14일 방학식을 마친 서울 문래초등학교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 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1년 7월14일 방학식을 마친 서울 문래초등학교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 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참아내야

부모를 비롯한 주 양육자가 초등 시절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자주 바라봐주는 것’이다. 서울 구로 지역 공교육 현장에서 활동해온 박우란 심리상담전문가(심리클리닉 ‘피안’)는 “아이가 거실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을 때, 대부분 부모의 반응은 ‘숙제도 안 하고, 대체 언제까지 볼 거야!’다. 한데 이런 경우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봐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냥 ‘우리 아이가 티브이를 보고 있네’라는 느낌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갓난아기 눈동자를 마주치듯 바라보는 것이다. 박 상담가는 “주 양육자가 아이를 틈틈이 자주 바라봐줄 것을 권한다. 여기까지가 자아 존중감을 키워주기 위한 ‘자아 존재감’ 만들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비교하지 않기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유근영 서부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는 “아이가 실수하거나, 부모 입장에서 볼 때 뭔가 형편없는 일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수학 점수가 엉망진창이라거나 할 일을 미루며 게임을 할 때를 생각해보라”며 “이때 대부분이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를 한다. 그 순간을 참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사는 “남과 비교하는 건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최악이다. 이런 경우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 성적표를 본 뒤 ‘점수가 좀 낮긴 하네.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해. 우리 딸 건강하잖아. 그럼 됐지. 아빠랑 자전거 타고 올까?’라고 말을 건네보자”고 제안했다. 아이가 느끼기에 자신이 형편없는 위치에 있는데도 자신을 바라봐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자아 존중감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오는 3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은 “왜 가정통신문을 보여주지 않았느냐, 좀 일찍 일어나서 미리미리 준비해라, 학교 준비물을 이제 말하면 어떡하냐”는 등 자녀에게 ‘너 참 형편없다’는 듯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은 특히 새 학기에 많이 쓰게 된다. 학원도 새로 등록해야 하고, 등하교 동선을 신경 써야 하며, 학부모 총회부터 상담까지 여러 알림 사항도 많고 챙길 것도 많은 때인 만큼 학부모 스스로도 부담스러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침 등교할 때만이라도 아이 눈을 마주하고 ‘판단 없는 미소’를 지어주는 게 중요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된 2018년 12월21일 오전 서울 성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 준비를 하고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겨울방학이 시작된 2018년 12월21일 오전 서울 성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 준비를 하고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부모의 자존감 회복도 중요

초등교육 전문가들은 아이의 자존감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학부모의 자존감 회복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엄마라서 미안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야’라는 식의 감정은 학부모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편리한 선택이다.

김선호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갈수록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부모로서의 자존감에 상처 입은 경우가 많다”며 “부모의 자존감 부재 시대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집에 오면 아이가 말도 안 듣고, 하지 말라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내가 뭔가 잘못 키우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직장 생활, 가정 생활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맘, 슈퍼대디가 될 필요는 없다.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해 지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갖는 분이 많다. 그런데 자녀 자존감보다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다. 부모가 자존감을 갖게 되면 자녀의 자존감은 저절로 생긴다.”

학부모로서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부간에 자녀 교육관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한다. 의견 차이가 있고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 엄마, 아이 아빠가 “우리 아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주면 부모로서 자존감을 높이는 데 효과가 좋다. 김 교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부가 서로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바쁘고 힘들 텐데 우리 아이들 잘 키워주어서 고맙다’는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부모로서의 자존감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직장 다니랴, 아이까지 키우느라 수고가 참 많다고 말하며 자신을 토닥이는 것이다. 내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것도 간단하지만 중요한 방법이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찾은 아이들 모습.  자료사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등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찾은 아이들 모습.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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