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이라는 말을 참 많이 씁니다. 이런 환경 속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날로그 세상’의 그것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후자가 사람들을 미디어의 소비자로만 인식한다면, 전자는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더 나아가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도성을 가진 능동적 존재로 봅니다. 미디어 사용자의 위치가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적극적 생산자로 변화한 것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유튜브 화면을 터치하며 자라난 세대에겐, 그에 맞는 ‘미디어 읽기 능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주로 쓰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구조와 특성을 이해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떤 소통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나와 친구들에게 익숙한 표현이나 정보 취득 및 공유 방식이 무엇이고 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등을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해당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미국 고등학교 사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코네티컷주의 사서 교사이자 <뉴스 리터러시>(2018)의 지은이인 재클린 화이팅이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선택과목에서 실시한 교육 사례입니다. 이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먼저 학생들은 자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를 생각하며, 해당 플랫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생각나는 대로 써봅니다. 이렇게 나열한 소셜 미디어의 장단점 가운데, 자신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과 제일 좋은 점으로 여기는 것을 꼽아 질문지를 만들어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는 혐오 발언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은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도 혐오 발언의 확산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만들어볼 수 있겠지요.
소셜 미디어의 문제점에 대해 모둠별로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이 수업의 다음 단계입니다. 해결 방안은 현재 소셜 미디어에 뿌리를 둔 구체적 실천 방안일 수도 있고, ‘대안 소셜 미디어’를 그림이나 영상으로 구현해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해서 상상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화이팅 교사의 수업에서 아이들은 흥미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자랑용 포스팅’만 올리는 게 아니라 ‘#우울한 날’ ‘#실제 내 모습’ 등의 해시 태그 운동을 진행해, 즐겁지 않은 모습과 일에 대한 내용도 올려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머신 러닝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혐오 표현을 자신이 쓸 경우 경고 메시지를 띄우거나 대체 표현을 알려주는 기술, 누군가를 친구로 추가하기 전에 혐오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을 미리 알려주는 기술 등을 소셜 미디어에 포함하면 어떻겠느냐는 개선 방안도 나왔습니다.
공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미디어 플랫폼의 작동 원리와 표현 방식을 익히고 성찰하다 보면, 아이들은 비판적인 눈으로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소셜 미디어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미디어 환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미디어 플랫폼을 선택하고 활용할 때 미디어가 자신에게 제공하는 가능성과 한계가 무엇인지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미디어의 변화까지 촉구할 수 있습니다. ‘필터링’ 능력을 갖추고 정보의 양과 플랫폼의 질을 잘 따져 묻는 ‘디지털 시민’ 되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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