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거주 환경이나 가정 배경 등에 따라 초등학생들의 어휘력에 격차가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교육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산하 ‘21세기교육연구소’가 지난해 말 펴낸 ‘초등학생의 교과 어휘력 격차’ 연구보고서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초등학교 24곳(46개 학급) 5학년 학생 1133명을 조사 대상으로 어휘력을 점검해 분석했다. 그 결과를 보면, 경제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지역일수록 고득점 집단의 비율이 높은 반면 경제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지역일수록 저득점 집단의 비율이 높은 ‘어휘력 격차’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파트 단위면적당 시세에 따라 도시 지역을 부유층(상. 평당 매매가 1620만~821만원), 중간층(중. 709만~372만원), 빈곤층(하. 304만~240만원) 지역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경제 수준에 도시화 정도를 더해 농촌(읍면·100만원대 이하) 지역을 지정한 다음, 각 지역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휘력 검사를 실시했다.
어휘력 검사는 ‘교과 어휘력’을 살펴본 것으로,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4개 과목 교과서(1~4학년)에 제시된 어휘들을 추려 학생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4과목을 합한 전체 평균 점수는 49.5점(65점 만점)이었고 과목별 정답률은 국어 80.4%, 수학 82%, 사회 68%, 과학 73.3%로 나타났다.
집값에 따라 상·중·하·농촌 등으로 분류된 학교별 평균을 보면, 상과 중 지역은 각각 50.9점, 51.8점으로 전체 평균(49.5점) 이상이었으나, 하와 농촌 지역은 각각 47.7점, 44.5점으로 전체 평균 이하였다. 상과 중 지역에서는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한 학교가 3곳인 반면, 하 지역은 단 1곳만 평균 이상, 농촌 지역은 모두 평균 이하였다. 집값을 한 가구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본다면,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중 지역 학교들의 점수가 상 지역보다 높은 ‘역전 현상’에 대해 “수도권 신도시, 중산층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등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부모 가정 등 ‘부모 결손’ 비율이 고득점 집단에서는 6.6%인 반면 저득점 집단에서는 30%에 이르렀다. 부모 가운데 한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학생들의 점수는 대체로 낮았으나, 전체 평균을 웃돈 학생도 37%를 차지하는 등 다문화 학생들 사이에서도 편차가 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부모와 대화의 양이나 질 및 책 읽기, 생활습관과 학습 태도”와 함께 “학교의 교육적 역할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또 “국가·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저소득층 자녀나 ‘부모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집중적인 책 읽기 및 어휘 교육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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