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청년재단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한 뒤 직업계고 학생과 교장, 선생님, 기업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동안 현장실습 개선방안 폐기를 주장하는 '현장실습대응회의'와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망 사고가 잇따랐던 직업계고 현장실습과 관련해 지난해 안전을 강화한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정책을 전면 실시했던 교육부가 1년 만에 새 정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방안’이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개악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의 성과와 함께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 기회가 현저히 줄어드는 한계도 있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되, 현장실습 운영 절차를 간소화해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보완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이민호군이 현장실습 중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정책이 전면 시행됐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는 그 뒤로 현장실습 참여 기업과 학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교육부에 정책적 개입을 요구해왔다. 2016년과 2019년 1월을 견주면, 현장실습 참여 기업은 3만1060개에서 1만2266개로, 참여 학생은 6만16명에서 2만2479명으로 줄어들었다(그래프 참고). 교육부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을 도입하면서 ‘선도기업’을 선정해 여기에만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허용했는데, 선도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 기업들이 잘 참여하지 않고 학생들의 기회도 줄어들었단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선도기업 선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보완방안을 밝혔다. 원래는 계획 수립, 서면실사와 현장실사, 운영·관리, 지도·점검 등 네차례의 기업 방문이 이뤄지는데, 현장실사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방문 횟수를 두차례까지 줄인단 것이다. 학교·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선도기업은 재선정 절차 없이 3년 동안 계속 인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8년 8천여개로 줄어든 선도기업의 수를 2022년까지 3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사회 진출 준비를 사전에 돕는다는 차원에서 직업계고 3학년 2학기는 ‘전환학기’로 운영하고, 이를 위한 현장실습 관련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3개월로 제한했던 현장실습 기간을 사실상 6개월로 되돌린 조처다.
그러나 “사실상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 이전으로 되돌리는 개악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실습 관리·감독을 강화해도 사고를 막기 어려운데, 되레 교육부가 ‘취업률 60% 달성’ 등 목표를 내걸고 조건을 완화해준다는 것이다. 현장실습 참여 기업·학생 수가 줄어든 양적 지표 말고는 정책 효과를 종합해 살펴본 결과도 없다. 이수정 노무사는 “지난해에도 현장실사 없이 선도기업을 선정하거나 점수를 부실하게 매기는 등의 사례들이 드러났는데, 이를 더 완화하면 안전한 일자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 노동·인권 단체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교육부를 성토했다. 최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교육이 아니라 취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는 “모든 정책이 다 완벽할 수 없다. 앞으로 점검하면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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