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장실습 중 사망한 제주 특성화고교생 고 이민호군의 부모 이상영씨, 박정숙씨 등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악안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교육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 이민호군, 고 김용균씨 등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청년의 유가족들이 모임을 만들어 ‘직업계고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하는 등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현장실습희생자유가족모임’(가칭)은 30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첫 모임을 열고, “취업을 미끼로 청소년·청년들을 열악한 노동 현장에 내몰고 끝내 그들을 죽게 만드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은 지난해말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 관련 대책 마련, 현재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졸 취업 활성화’ 대책에 대한 대응,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앞으로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 모임은 지난 2017년 제주 현장실습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고 이민호(당시 19살)군 아버지 이상영씨가 처음 제안했고, 다른 현장실습 희생자 유가족들이 여기에 호응하면서 출범하게 됐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2016년 5월 성남 외식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동균(당시 18살)군 아버지 김용만씨, 2017년 1월 전주의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홍수연(당시 18살)양 아버지 홍순성씨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자식을 떠나보낸 뒤 혼자서만 세상과 맞서는 게 힘들었다. 유가족들이 한데 모인다면 청소년·청년들을 ‘죽음의 일자리’로 내모는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교육부에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현장실습 제도의 개편을 추진하는 데 대해, 김용만씨는 “정부와 교육당국이 오직 ‘취업률’이라는 실적 때문에 ‘벼룩시장 정보지’ 같은 직업소개소 구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7년 현장실습 중 사망한 제주 특성화고교생 고 이민호군의 부모 이상영씨, 박정숙씨 등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악안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교육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육부는 지난주 ‘직업계고 취업률 60%’를 목표로 내걸고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내놨고, 오는 30일 오후에는 현장실습 제도 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 기조를 도로 ‘조기 취업’으로 되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러 시민·노동·청소년 단체들이 모인 ‘현장실습 대응 회의’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취업률 60% 달성’ 목표를 철회하고, 학력간 임금 격차 해소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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