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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학보다 더 대학다운 대학” 되겠다는 ‘이상한 대학교’

등록 2019-01-24 14:02수정 2019-01-24 14:07

청년·대학 단체, 대안대학 만드는 실험
학생 중심 이상적인 대학 모델 구현
“제도권 대학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
26일 개교식, 3월부터 개강 예정
오늘날 대학의 모습에서 과연 “자율적인 학문공동체”라는 근대 대학의 이상을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가? 이윤이 최우선인 재단과 본부, 고사되는 기초학문과 인문학, 물음과 배움이 없는 강단 등에 질려, 대학의 주된 구성원인 청년들마저 스스로 대학을 떠난다. 그들마저 떠나간 자리엔 취업양성소 또는 기술훈련소가 되어버린 대학만이 황폐하게 남을 것이다. 과연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최근 한 무리의 청년들이 “대학보다 더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상한 대학교’(www.facebook.com/UtopianUniversity)는 ‘청년지식공동체’를 표방하는 단체 ‘청년담론’과 대학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 ‘대학연구네트워크’ 두 단체가 의기투합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청년들이 직접 만드는 대안대학”이다. 현재 ‘오픈베타’로 무료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프리스타일홀’에서 개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한겨레>는 청년담론 대표이자 ‘이상한 대학교’ 이사장으로 내정된 김창인(29)씨로부터 ‘이상한 대학교’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6년 3월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학교의 일방적인 학과통폐합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학의 기업화’ 현상 속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6년 3월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학교의 일방적인 학과통폐합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학의 기업화’ 현상 속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기성 대학, 곧 ‘제도권 대학’이 ‘사학재단’과 ‘교수사회’ 중심이라면, ‘이상한 대학교’는 “학생 중심”을 표방한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사회=학생회=교수협의회’의 운영구조를 지향하며, 총장(=학생대표)도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다. 현재 초대 총장으로는 대학연구네트워크의 대표인 고준우(24)씨가 내정되어 있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 초기 대학의 모델처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 자신들을 가르칠 교수들을 고용”할 것인데, 그들은 “예비 교수로서 대학사회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시간강사, 대학원생 등 청년연구자”들이다. 이렇게 “만난 교수자와 학습자는 평등한 관계 속에서 수업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 한다.

‘제도권 대학’과 다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상한 대학교’는 어떤 학제, 어떤 커리큘럼을 보여줄 것인가? 김씨는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등 ‘코스’로 운영되는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코스별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코스는 3개월 10주 동안 운영되며, 주 3회 강의와 수업을 진행한다. 코스당 15~20명 규모로 강의와 수업이 이뤄질 것이며, 특정 코스를 몇 가지 이상 이수하면 ‘명예학사’를 수여할 생각이다. 이 속에서 그동안 ‘제도권 대학’이 취업에 눈이 멀어 외면해온 ‘교육과 연구’라는 학문공동체의 본래 이상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이상한 대학교’가 지향하는 바라고 한다.

‘이상한 대학교’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의 한 장면. ‘탈대학’을 한 김민섭 작가와 김창인씨가 ‘이상적인 대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한 대학교’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의 한 장면. ‘탈대학’을 한 김민섭 작가와 김창인씨가 ‘이상적인 대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상한 대학교’의 목표가 단지 ‘제도권 대학’ 바깥에 자신들만의 요새를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안적인 교육과 연구를 표방하는 대학 밖 공동체는 이전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대학교’의 목표는 ‘제도권 대학’의 변화까지 포괄한다. 김씨는 “기존의 대안학교가 지금의 혁신학교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영향을 끼쳤듯, ‘이상한 대학교’의 실험이 제도권 대학사회와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제도권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연구자가 ‘이상한 대학교’에 참여하는 것을 최대한 장려하고 유도할 생각이라 했다. “‘이상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청년연구자들이 교수가 돼서 제도권 대학으로 진입했을 때, ‘이상한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다시 제도권 대학으로 돌아갔을 때, 우리가 원하는 대학이 무엇인지, 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해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것이다.

김창인씨는 중앙대 재학 시절인 2014년 대학의 기업화를 반대하며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대학을 그만둔 바 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학을 그만두고 나오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권 대학’을 바꿔내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이상한 대학교’ 개교식에선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쓰고 대학 강사를 그만뒀던 김민섭 작가가 ‘우리에겐 왜 새로운 대학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그림 ‘이상한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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