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총리(왼쪽에서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개정 고등교육법(이른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현장에서 강사 ‘대량해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대학 총장들에게 “강사 처우 개선에 함께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23일 오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유 부총리는 “학부 교육의 질 제고와 학문후속세대의 연구 여건 조성을 위한 강사 처우 개선에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강사들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강사법은 올해 8월 시행 예정인데, 이를 앞둔 1학기부터 여러 대학들이 전임교원 강의 시간 확대, 겸·초빙교원 강의 확대, 대형·사이버 강의 확대, 졸업학점 축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강사 수 줄이기’에 나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이렇게 법 시행 전의 공백을 틈타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교육부총리가 각 대학 총책임자들에게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정부도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대해서 대학의 부담을 덜고 공정하고 투명한 강사 임용제도가 정착되도록 법적·제도적 정비와 지원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부총리 발언 전에 교육부는 짧게 시간을 내어 ‘대학 강사제도의 안정적인 현장 안착 방안’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교육부는 “1월 내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3월까지 운영매뉴얼 마련한다”는, 강사법 관련 일정을 못박았다. 특히 “대학별로 1학기 강사 임용 현황 및 2학기 계획을 파악 중이며, 올해 확보한 시간강사 예산(217억원·사립대)은 강사 고용 및 총 강좌수를 일정 수준 유지하는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관리’에서 강사운영 안정화 지표를 반영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하고, “이를 공동강의준비실 등 강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집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그동안 ‘대학의 재정 위기’를 들어 강사법 시행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날 대교협 총회에서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안’ 발표에서는 “사립대학 전체 재정에서 등록금 수입 등 교비회계의 비중이 2015년 54.9%에서 2017년 50.3%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인건비·관리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의 지속적 증가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고등교육 혁신을 위해 드는 소요 재정에 ‘강사법 개정으로 인한 교원 및 강사인건비 증가’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다만 이날 부총리와 교육부의 강사법 관련 발언과 발표 과정에서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대학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강사를 줄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지대의 정대화 총장은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로 사립대 재정이 힘들다. 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좀 더 편성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고등교육의 나아갈 정책 방향을 도출하고 주요 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교육부-대교협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학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고등교육 정책을 함께 만들고, 그 논의 내용을 분기별로 함께 검토하자”는 제안이며, 유 부총리는 “특히 차기 대학기본역량 진단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근본적인 고민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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