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2018년 6월 기준으로 보육교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어린이는 약 6.12명으로, 그동안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올해 처우개선비 713억원이 예산으로 편성됐지만, 예산 부담의 주체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비용 713억원을 교육부 소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의 교육세로 부담시킨 정부와 국회의 조처를 두고,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 정부가 부담한다는 원칙이 깨져, 한동안 봉합됐던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열악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만들어 ‘처우개선비’를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교육기관’인 유치원을 책임지는 교육부는 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보육기관’인 어린이집들도 책임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이같은 방식의 처우개선비 지원을 요구해온 바 있다. 그런데 연말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비용을 보건복지부의 별도 예산이 아니라 “교육부 소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 713억원을 증액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담임교사 처우개선비를 인상”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에 따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중앙 정부(국고)가 책임진다는 원칙이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 대상을 확대하면서 만3~5살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실시했고, 누리과정 지원금을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와 교육세 전액으로 구성된다. 당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치원과 초중고인 ‘교육기관’을 위해 쓰여져야할 돈”이라며 “어린이집 관련 지원금은 국고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누리과정 지원금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았았고, ‘보육대란’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2016년 말 한시적(3년)으로 신설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다.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는 교육세 전입금과 일반회계 전입금(국고)로 구성되는데,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은 교육세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국고로 부담하도록 구조를 짰다. 문재인 정부도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전액 중앙 정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웠고, 실제로 지난해까지도 이런 정책의 틀이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올해 난데없이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교육세로 분담하라고 한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와 국회의 이런 예산 편성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은 보건복지부의 몫으로, 이를 국고로 편성하고 유아교육특별회계 지침을 변경하는 등 ‘보육과 교육’에 혼돈을 주는 정책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 쪽은 “각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고 지급되는 예산은 반납한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반납하고 각 지자체에 어린이집에 보내줘야 할 처우개선비를 내려보내지 않으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처우개선비를 받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어린이집과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갈등,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재현될 수있는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정부안이나 교육 상임위 심의 등에는 없던 부분이 예결위 소소위 심의 과정에 편성됐다”며 “누가 왜 그랬는지 모르는, 깜깜이 예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송 위원은 “유보통합 논의가 더이상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깜깜이 예산 배정을 하다보면 결국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 예산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근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시적이었던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도 올해 말 종료된다”며 “무엇보다 누리과정 지원금의 재정 부담에 대한 법 체계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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