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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현실 부딪히며 문제 해결하는 게 진짜 ‘연구력’이죠”

등록 2019-01-07 21:22수정 2019-01-07 21:40

3년마다 연구년 주고 이공계 연구정착금 지원
융합교육, 문제해결 중심 교육으로 학생들이
주변 불편함 연구하며 직접 해결책 찾게 해
똑같은 스펙쌓기 말고 실패 경험 통해 배우도록
학내 연구 70% 이상 사회 문제 연계한 주제
김용학 연세대 총장 인터뷰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김학용 연세대 총장. 연세대 제공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김학용 연세대 총장. 연세대 제공

“‘연구력’을 높이는 것은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전에는 교수들이 보상을 받으려 논문을 썼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남들이 읽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논문을 쓰도록 장려하고 엄격하게 평가해 평균 이상의 논문만 인센티브를 준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말이다. 독서력, 강의력, 공부력 등 교육계에 ‘~력’ 바람이 불었다. 일본식 한자어 표현으로, 앞에 나온 단어를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는지 능력치를 뜻하는 말이다. 연세대는 최근 ‘연구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교수와 학생이 고민하는 것을 실제 부딪쳐 해결해보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도록 한다.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김학용 연세대 총장. 연세대 제공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김학용 연세대 총장. 연세대 제공

연세대 연구 자료를 보면, 학내 연구 70% 이상이 사회 문제와 연결돼 있다. 탈모나 눈병을 치료하고, 신소재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등의 주제들이다. 김 총장이 연구자 중심의 제도를 만들어 교수와 학생의 연구를 다양하게 지원한 결과다.

그는 학생들보다 한 걸음 더 빠르게 생각하고 교수, 교직원 등 실무자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깊이 알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어떤 질문을 던져도 구체적 수치와 사례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교수 평가제도 개선, 연구 지원 강화 등 연구자 중심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내 사회 문제, 글로벌한 문제에 깊이 참여해 변화를 끌어내는 게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실이다. 이를 위해 연구력을 높이는 시도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김학용 연세대 총장. 연세대 제공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김학용 연세대 총장. 연세대 제공

-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운용 중인가.

“올해부터 연구년을 3년마다 준다. 안식월 6개월에 앞뒤로 방학 기간을 붙이면 9개월의 기간이 생긴다. 이공계 신임교수에게는 3년간 5천만 원의 연구정착금도 준다.”

- 그만큼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고, 지원금으로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겠다.

“맞다. 이뿐 아니라 이전에는 단년제로 인력(TO)을 배정했기 때문에 그 인력이 소멸하지 않게 하려고 아무나 뽑았다. 지금은 인력을 뽑을 때까지 유효 기간을 늘린다. 그러자 해당 학과에서는 좀 더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기다리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Y-Valley에서 스타트업 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이 뇌적성 검사 후 자신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줄 팀매칭 작업을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연세대 학술정보원 Y-Valley에서 스타트업 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이 뇌적성 검사 후 자신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줄 팀매칭 작업을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 송도 국제캠퍼스에 연세사이언스파크 조성 계획 등 융합 연구 지원에도 관심이 남다르다. 어떤 분야를 주력해서 진행하고 있나.

“송도에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제조하는 전 세계 제약회사의 10%가 들어와 있다. 이에 맞춰 바이오 및 제약연구 단지를 조성하고 2024년에는 연구개발(R&D) 병원인 송도세브란스병원도 개원할 생각이다. 의료 분야 기기와 테스트 장비, 신약 등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융합연구 지원을 대폭 늘렸으며 그 첫 단계로 융합과학기술원을 설립했다.”

국제캠퍼스 연세사이언스 파크 융합과학기술원. 연세대 제공
국제캠퍼스 연세사이언스 파크 융합과학기술원. 연세대 제공

- 융합교육, 융합 연구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맞춤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

“처음에는 교수들에게 융합연구 하라고 했더니 잘 움직이지 않았다. 대학원생들을 모아 과가 다른 이들끼리 팀을 짜서 여러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특별연구비도 지급하고 실제 창업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냈다. 아이디어가 재밌으니 교수들도 차차 관심을 보였다.”

- 구체적 사례를 얘기해 달라.

“치과에 가면 치료 기기에서 나는 소리가 잔인하게 들린다. 그 기계음을 줄여주는 기술을 고안해 내 창업까지 했다. 그 밖에도 학생들의 발랄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의료원과 공대 교수들은 로봇을 통해 수술하는 기계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국제캠퍼스 야경. 연세대 제공
국제캠퍼스 야경. 연세대 제공

- 몇 해 전부터 실생활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연구하고 직접 해결책을 찾는 ‘문제해결 중심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연대도 지난해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한 강좌 88개, 창업 관련 강좌 35개를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 강의실은 바뀌지 않았다. 교수가 판서하며 일방적 강의로 지식을 전달한다. 요즘 시대에 지식은 어디에나 있다. 꼭 교수에게 배우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이 가장 빨리 변할 수 있는 방법은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학생 주도적 교육을 하는 것이다.”

- 실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설명해 준다면.

“동아리 학생들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주변의 문제점을 찾아서 직접 대안을 찾겠다는 제안서를 내면 한 학기 또는 1년에 팀당 평균 200만원을 지원했다. 자금은 외부 기업의 펀딩을 받아서 충당했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고 성과도 내고 있다.”

신촌캠퍼스 전경. 연세대 제공
신촌캠퍼스 전경. 연세대 제공

- 이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했나.

“지난해 신촌캠퍼스는 55개 팀, 송도캠퍼스는 35개 팀이 참여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시각장애인이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 끝에 자이로스코프(회전체의 역학 운동을 관찰하는 실험기구)를 달아서 가는 방향과 각도에 대한 정보를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송도 학생들은 근처 주민과 재능 기부 교환 앱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주변 학교나 주민들과 서로 교감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이 자체가 학생이 사회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이자 교육이다.”

- 2018년 ‘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되고, ‘시끄러운 도서관(Y-Valley)’과 ‘연세 스타트업 스쿨’ 등 창의 교육 모델을 기반으로 한 재밌는 시도가 많다.

“예전 도서관은 책 읽는 장소였다. 지금 도서관에는 ‘사람책’이 꽂혀야 한다. 창업 준비팀들이 자기보다 경험 많은 선배, 동료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서관 중앙에 700평 공간을 내어 ‘시끄러운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구체화해 실행하는 단계가 되면 연구실도 제공한다.”

신촌캠퍼스 전경. 연세대 제공
신촌캠퍼스 전경. 연세대 제공

- 스타트업이 뜨고 있지만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학생도 많다. 학생들이 창업해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학생 때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제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은 낮다. 실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게 청춘의 특권이다. 사회에 나가서 실패하면 피해가 크다. 학생 때는 이만큼 도전해서 안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각기 다르고 그 경험이 훗날 밑거름이 될 것이다.”

- 학생들의 창업, 창직을 특별히 지원하는 이유가 있다면.

“스펙 쌓기만 하면 다 똑같아진다. 연대 졸업생만 해도 토플, 교환학생, 인턴 등 다 판박이다. 다른 스토리를 갖기 힘들다. 우리 때만 해도 졸업하면 대형 여객선 같은 삼성, 엘지 등 대기업이란 배를 타고 수천 명이 떠났다.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평생직장은커녕 하루에도 직업이 여러 번 바뀌는 시대다.”

- 학생 처지에서는 성공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물리적 여건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텐데.

“‘스타트업 스쿨’은 뇌 인지적성검사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정체성과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줄 파트너를 찾는 팀 매칭 시스템을 제공한다. 외부 기관과 투자 분야 동문을 통한 펀딩도 적극 연결하고 있다. 창업은 문화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이 경험을 통해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찾길 바란다.”

신촌캠퍼스 전경. 연세대 제공
신촌캠퍼스 전경. 연세대 제공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을 기르는 곳이다. 우리가 길러내는 인재가 미래 먹거리, 갈등, 빈부격차 등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하고 싶은 길을 찾아가는 동시에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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