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아동·청소년들의 미디어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또래문화입니다. 연구를 위해 만난 중학생들은 자신의 페이스북 사용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초등학생일 때 페이스북 앱을 내려받아 쓰기 시작했지만, 친구들이 별로 안 써서 곧 계정의 존재를 잊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중학생이 된 뒤 주변의 많은 친구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그 때 새 계정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이처럼 아이들에게는 ‘내 친구들이 그 공간이 있는지’가 미디어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들이 미디어를 사용하거나 미디어 공간 안에서 소통하는 방식도 또래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지요.
아이들의 또래문화는 기성세대가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미디어를 사용할 때에도 어른과 학생이 서로 다른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앞서 언급했던 페이스북의 예를 들어 볼까요? 성인세대와 청소년이 같은 페이스북이라는 미디어를 쓰고 있지만,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그 안에서 소통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만난 중학생들에게 페이스북은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주로는 친구들과 소통하고 놀이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앱’ 안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여러 암묵적인 규칙들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또래문화는 사실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미디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그에 반해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미디어, 자신들이 미디어에서 쓰는 말이나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너무 간섭하거나 개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긋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부모나 아는 어른들이 자신에게 ‘친구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놓더군요.
이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미디어 사용 방식과 속해있는 집단의 미디어 문화에 대해 성찰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사용자로서 해당 플랫폼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소통하는 경험이지요.
영국 초등학생을 위해 개발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미디어 타임캡슐 만들기’ 활동이 있습니다. 이 활동은 미디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변화, 미디어를 둘러싼 또래문화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생각해보도록 돕습니다. 먼저 선생님이 1970년대 어린이가 만든 미디어 타임캡슐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소개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의 나이를 반영해 1980년대 등으로 시대적 배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그 당시 유행했던 미디어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테크놀로지를 사용했는지, 아이들의 문화는 어떠했는지 서로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세대라면 워크맨이나 초등학생 때 즐겨보았던 티브이(TV) 프로그램, 만화책, 월간 만화잡지 등을 소개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아이들이 현재 자신들의 또래문화를 대표하는 미디어 타임캡슐을 만들게 됩니다. 모둠을 만들어 타임캡슐에 어떤 미디어를 포함할지 고르고, 그 이유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유튜브나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 게임 등을 소개하지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미디어를 주로 소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 대화해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선생님 세대의 미디어 타임캡슐과 자신들의 미디어 타임캡슐을 비교하는 활동을 통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아이들의 또래문화는 달라졌는지 아니면 비슷한 점이 많은지 등도 함께 생각해보게 되지요. 이 활동은 초등학생 대상으로 고안된 것이지만 중학생 수준에 맞춰 변형·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들의 또래문화와 미디어 사용에 대해 성찰할 수 있고, 기성세대와 자신들이 경험한 또래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같은 세대 내에서도 미디어에 대한 다른 이해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또래문화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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