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평택대 신은주 총장
신은주 평택대 신임 총장. 홍용덕 기자
새해 2일 평택대 시무식에서 총장에 취임한 그는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팽팽하게 조여 매는 심정(해현경장)이었다”고 말했다. “거문고가 줄이 흩어지면 제 음색을 내지 못하듯 평택대도 그동안 여러 면에서 시스템이 잘 안 잡혔다. 학교가 ‘개인 사유화’되면서 학생은 학생대로 불행하고 교직원은 무기력해지고 교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는 민주 대학의 과제로 “학생은 행복하고 구성원은 당당하고 지역에서 자랑스러운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여년간 적폐 문제는 엄중히 처리하고 교수들은 본연의 교육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고 학생들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2년 평택대 교수로 부임했다. 재작년 2월 교수회 설립 때 부회장을 맡았고, 지난해는 회장으로 이끌었다. 어렵게 ‘평택대 민주화’를 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인 셈이다. 107년의 역사를 지닌 평택대는 평택 지역에서는 유일한 4년제 사립대다. 1912년 초교파적인 피어선기념성경학원으로 서울에서 창설돼 1996년 종합대인 평택대로 개편됐다. 23개 학과에 3600여명이 재학 중이다. 복지와 다문화 전공 교육에서 이름이 높지만 최근엔 비리와 성추행 문제로 입길에 올랐다. 이 대학 졸업생으로 사무국장에서 시작해 총장이 된 조기흥 전 명예총장의 ‘장기집권’ 탓이 컸다. 그가 총장과 이사장, 명예총장을 지낸 기간은 38년이나 된다. 대학은 그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구성원들은 점차 대학 사유화의 폐해에 눈뜨기 시작했다. “한번은 조 전 총장이 교수들 회의에서 가부장적 권위로 호통치자 한 교수가 웃었다. 그때 조 전 총장이 멱살을 잡고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데 어느 교수도 막지 못했다.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할 정도의 노예와 같은 굴욕감에 좌절했다.” 31일 취임 …교육부 이사 체제서 선임
지난 2년 교수회 회장·부회장으로
조기흥 전 총장 퇴진 투쟁 주도
성추행과 여러 비리 의혹 제기된
조 전 총장 작년 1심서 법정구속 “지역 노동자·시민들 덕에 정상화” 대학 사유화의 폐해가 폭발한 게 2016년 12월이었다. 조 전 총장이 ‘학교 여직원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총장 가족과 친인척 등의 특별채용과 사업권 임대, 교비 횡령 등 백화점식 비리가 터져 나왔다. 전체 150여명의 교수 중 100여명은 교수회를 만들어 조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일부 학생들도 가세했다. 신 총장은 “사립대 교수들은 재임용 등의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해 학교 비리가 나와도 적극 입장을 내지 못하는데 성추행 문제가 나오자 동료들이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나섰다”고 했다. ‘이제 더는 부끄럽지 않게 살자’며 뜻을 모았지만 대학과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았단다. 대학의 압박과 위협 속에 교수회 참여 교수는 40여명까지 줄었다. 청와대와 교육부, 법원·검찰 앞에서 교수들이 1인 시위를 이어가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수들은 재작년 9월 13일부터 교내 단식과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신 총장은 당시 동료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싸움이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으니 천막 농성으로 이어가자. 우리가 져서 쫓겨나더라도 제대로 된 싸움을 하자. 그러다 지면 후배들이 하면 되지 않나.’ 농성 중 매주 수요일에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촛불 문화제도 열었다.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했다. 지난해 1월 2일 학교는 농성 천막을 강제철거했다. 112일의 농성은 막았지만 대학 정상화 열망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신 총장은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 교체와 학생, 시민·노동자들의 지지가 어려울 때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신은주 평택대 신임 총장.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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