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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화예술 교육과 안전이 함께 해요”

등록 2018-12-31 20:21수정 2018-12-31 20:28

[함께하는 교육] 전국 9곳의 문화파출소

지구대·파출소 통폐합 과정에서
유휴공간 ‘문화파출소’로 변모
바리스타, 서예 등 프로그램
어린이 안전체험 교육
어린이 명예경찰연주단 등
아이들 대상 교육활동
지역문화공동체 형성 효과 커
경기 군포 문화파출소에서 어린이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경기 군포 문화파출소에서 어린이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파출소는 일반인들이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본 치안시설이다.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파출소는 가끔 취객들이 주정을 부리거나 싸움질을 하는 등 번잡스러운 인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치안파출소’가 문화예술교육과 안전이 함께 하는 장소인 ‘문화파출소’로 변모했다면?

문화파출소는 아직 전국에 9개에 불과하지만 지역 공동체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문화파출소는 지난 2016년 6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을 시작으로, 경기도 군포시, 강원도 춘천시, 충북 청주시, 대구 달서구, 울산 남구, 전북 전주시, 전남 여수시, 제주도 제주시 등에 있다.

문화파출소는 지구대·파출소 통폐합 과정에서 기능이 축소된 곳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문화예술사 등 상주 인력이 근무해 공간을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지난해 11월까지 문화파출소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은 약 1만명이다. 특히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약 4200명이 참여해 갈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

최도인 메카기획컨설팅 본부장은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느냐는 숫자 차원을 넘어 한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문화를 통해서 서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지역문화공동체가 형성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다문화 가족을 초대해 현지 음식 만들기, 바리스타·서예·실크스크린 배우기, 우쿨렐레나 색소폰 등 악기 배우기, 세라믹 페인팅, 풍수화 그리기 등 다양하다.

서울 강북 문화파출소는 파출소 안 주방 시설을 활용해 ‘마을 나눔 밥상’을 진행해 주민들끼리의 소통 채널로 이용한다. 전주 덕진 문화파출소는 ‘50인의 서가가 있는 문화파출소’를 지향한다. 50인의 서가란 지역주민,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 등이 각각 책장 한 칸을 채워 구성하는 공동서가다. 이렇게 해 주민들이 문화파출소 공간에 애정을 갖도록 한다.

충북 청원 문화파출소는 ‘한 평 갤러리, 한 평 영화관이 있는 문화파출소’를 지향한다. 4년째 ‘사천 질구지’ 축제를 개최해왔다. 질구지는 청원구 사천동의 옛 이름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는 다수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 아이들에게 인기 직업 경찰 체험

경기도 군포 문화파출소는 관할 경찰서 및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과 연계해 연극,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동시에 유아 대상 교통안전, 유괴예방 등 문화안전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유미 대표는 “‘웰컴투문화파출소’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5~7살 지역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필수 안전 교육을 한다”며 “관내 경찰관이 직접 강사로 참여한다. 아이들은 순찰차를 타보기도 하고 경찰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를 듣기도 한다. 현재까지 1000여명의 아이들이 체험했다”고 소개했다.

군포 문화파출소는 ‘웰컴투문화파출소’가 호응을 얻자 ‘군포 경찰 꿈의 학교’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경기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초등학생 20명을 모집해 매주 토요일 16주간 운영했다. 김 대표는 “요즘 아이들에게 경찰이 미래 직업으로 인기가 있다. 한데 경찰의 직무 분야가 다양하다”며 “각 직무 분야 경찰관들이 직접 와서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경찰서 탐방도 하고, 경찰서 사격장에서 사격 체험도 해본다”고 밝혔다.

군포 문화파출소는 원래 1980년대 지어진 치안센터 건물이었다. 건물이 너무 낡아 경찰관이 상주하기보다는 순찰할 때 들르는 공간이었다.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아이들을 상대로 문화예술 교육, 성인 대상으로는 제과제빵,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 경찰 1명도 상주한다. 김 대표는 “이런 활동을 하면서 아이와 주민들의 왕래가 늘어나니 주변 거리가 밝아졌다”며 “요즘 경찰이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데 문화파출소가 이런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이탈리아 시에나시 초청받아 공연

대구 달서 문화파출소에는 ‘어린이 명예경찰 연주단’이 있다. 이 연주단은 문화파출소에서 바이올린·첼로·플루트·클라리넷 등을 배운 초등학생들로 구성됐다. 악기를 배우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문화파출소 1층 로비와 야외공간, 지역 행사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30일에는 이탈리아 시에나시에서 현지 시립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동 공연을 했다. 박향희 대표는 “2017년 5월 이탈리아 성악가 3명이 내한 공연을 했을 때 우리 문화파출소를 방문했다. 이들은 파출소와 문화가 어우러진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귀국한 뒤 우리 문화파출소에 대해 소개했더니 특히 이탈리아 시에나시 당국이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우리 연주단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초청받았던 행사는 87년 역사의 국제뮤직페스티벌로 당시 시에나시는 ‘한국의 날’을 선포할 정도였다. 시에나시는 2019년에도 어린이 명예경찰 연주단을 초청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했다. 또 문화 ‘파출소’라는 이름에 대한 어느 정도 감정적 장벽이 있었다. 그러나 문화파출소가 보안관이라는 푸근한 이미지로 이웃들에게 다가가면서 이런 벽은 해소됐다”며 “나는 문화파출소가 지역주민 마음속의 ‘예술의 전당’이라고 생각하고 운영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갖고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 청원 문화파출소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그림자 연극’을 진행했다. 박종명 연구원은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우리 동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새롭게 해석해 창작하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동화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는 동화책으로 발행해 지역아동센터나 도서관에 배포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아이들이 만든 동화책을 어르신들이 구연동화로 들려주는 프로그램과 연결시켜 하나의 아이템이 다채로운 문화예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남부 문화파출소는 ‘어린이 기자단’을 운영한다. 관할서와 협력해 평소 경찰관들이 하는 일 중 궁금했던 것, 문화파출소 울산남부 프로그램 홍보, 동네 이야기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취재하고 신문기사를 작성해 지역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강북 문화파출소는 ‘엄마와 아이 미술놀이’를 진행했다. 지역 내 엄마들과 함께 기획하고 만든 프로그램으로 미술놀이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연극적인 요소를 더했다. 전주 덕진 문화파출소는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해 ‘우리 동네 안전지도 그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이 자기가 사는 동네의 안전과 관련한 각종 사항을 파악하고 기록해 안전지도를 작성했다.

지난 2017년 문화파출소 컨설팅 평가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수강생과 방문객들은 치안센터 안에 있으면 안전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 치안센터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아이들을 잠시 맡길 수 있고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어 문화파출소를 기점으로 치안과 생활 안전망이 확보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

최도인 본부장은 “문화파출소는 주민들의 생활권 안에 위치해 지역밀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주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문화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갈 수 있어 ‘열린 플랫폼’으로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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