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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미래 꿈은 입시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죠”

등록 2018-12-27 16:51수정 2018-12-27 16:54

동아리 활동 활발 경기 오산고
동아리활동 활발한 성과
3년 연속 교육부장관상 받아
대상 받은 선플 동영상
촬영 기법 뛰어나고
훈계조가 아닌 감성적 접근
다양한 활동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진로 탐색

지난 5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선플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기 오산고 학생들. 오산고 제공
지난 5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선플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기 오산고 학생들. 오산고 제공
요즘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고 하지만 명과 암이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 내용이 적혀 대입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기도 오산고는 눈에 띈다.

오산고 동아리 ‘포돌이’는 지난 15일 ‘2018 선플활동결과 보고대회 및 시상식’ 선플 유시시(UCC) 부문에서 대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포돌이’는 미래의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교내 자율동아리다.

2016년에는 이 학교 진로탐색 동아리 ‘진로도우미’가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한 ‘2016 미디어 페스티벌’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1년 동안의 창의적 진로탐색활동을 온라인 포트폴리오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오산고 비즈쿨(비즈니스+스쿨) 동아리인 ‘요즈마클럽’이 같은 대회에서 대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한 학교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으로 3년 연속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종류의 대회나 행사가 적지 않으므로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게 대수냐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외부 활동 수상 실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따라서 입시에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즉 오산고 학생 동아리 활동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포돌이’가 만든 선플 동영상은 3분짜리지만 꽤 잘 만들었다. 선플 관련 각종 캠페인은 대개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내용으로 ‘공자님 말씀’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산고 동영상은 내용이 발랄하고 창의적이다. 학교 안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학생과 교사가 함께 등장해 선플이 왜 필요한지 감성적으로 잘 접근했다.

■ “쉬는 시간, 점심시간 활용 틈틈이 찍어”

촬영한 기법도 신선하다. 아마추어 솜씨가 아니다. 촬영은 오산고 2학년 유준재군이 직접 했다. 유군은 “영상은 내 아이폰으로 찍었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중학교 때부터 틈틈이 동영상 촬영을 했다”며 “쉬는 시간, 점심시간 틈틈이 찍어 3일 정도 걸렸고 전체 촬영 시간은 5시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동영상은 교실 안, 복도, 식당, 매점, 운동장, 농구장, 교무실, 도서관 등에서 찍었다. 학교 안이지만 장소도, 등장인물의 동작도 다양하다. 이 정도면 어느 장소에서 누가 등장하고 몇 분 촬영하고,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할지 등에 대해 치밀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유군은 “시나리오 최종 총괄은 내가 했지만, 기본적으로 동아리 회의 시간에 토론하면서 정했다”며 “실제 촬영하다가 따로 더 추가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2분34초쯤에 낙엽 더미 속에 묻혀 있던 한 학생이 ‘대단해’라고 쓰인 푯말을 들고 일어나는 장면이 있다. 철봉대 옆에서 촬영하러 가다가 낙엽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 찍었다.

포돌이 기장(회장)인 소민수군은 “우리 동아리는 원래 경찰 쪽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이 만들었지만 군인이나 복지 분야 등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하는 직업을 꿈꾸는 아이들도 참여한다. 현재 16명이 활동 중”이라며 “이번 동영상을 만들 때 훈계조로 하면 딱딱해지니까 자연스럽게 감성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군은 “이번 동영상 촬영에 기획부터 촬영·편집까지 다 마치는 데 3~4주 정도 걸렸다”며 “우리 동아리는 자율동아리다 보니까 한달에 3번 정도, 매회 2시간 정도 모임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이 동아리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둔 5월 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틈틈이 선플 달기 운동도 벌인다. 주요 대학의 경찰 관련 학과나 경찰박물관 등을 방문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경찰 관련 진로에 대해서 소개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2016년 ‘진로도우미’ 동아리가 만들어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웹진의 내용도 탄탄했다. 보건행정, 요리, 방송예술, 아이티(IT) 관련 직업 진로를 학생들이 직접 취재해 기사 형식으로 만들었다. 이 웹진에는 최현석 셰프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동영상도 실려 있다.

이 동아리가 2017년에 만든 ‘나의 강점 지능을 통한 진로 로드맵’이란 웹진도 변호사, 아이티기업의 시이오(CEO), 미래자동차공학자, 경찰, 일러스트레이터, 산업디자이너 등을 꿈꾸는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자료를 모아 만들었다.

‘강점 지능’이란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에서 따왔다. 가드너는 인간 지능을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논리·수학 지능, 언어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 등으로 나눈다. 학교교육이란 기본적으로 논리·수학 지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피카소하고 아인슈타인 가운데 누가 더 지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3학년 차서영양은 “각자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분야를 찾고 자기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에 진출하자는 취지로 웹진을 만들었다”며 “나는 신체 능력과 음악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웹진에서도 이 분야 관련한 내용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차양은 웰페어라는 봉사 동아리에서도 활동했다. 차양은 “내가 내성적이지는 않은데 원래 어른들을 상대하는 걸 힘들어했다”며 “한데 웰페어에서 활동하면서 독거노인분들 방문해서 얘기도 나누고 도움도 드리면서 어른들 앞에서 낯을 안 가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진로상담교사인 한규천 교사가 도움을 주고 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 체험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계발하는 게 장기적으로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4차산업시대를 맞아 미래에 필요한 인재가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 데서만 나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동아리 활동에는 오산시청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 오산시는 관내 초중고 학생들이 제출한 동아리 활동 계획서를 심사해 동아리당 1년에 100만~130만원 정도 지원한다. 그러나 오산고 학생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것은 무엇보다 김성환 교장의 격려와 지원이 큰 역할을 한다.

■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은 분위기 만들어”

김 교장은 “일반고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이들이 온다. 이런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교육하면 여러 애로점이 발생한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동아리를 활성화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생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접어드는 중간 단계다. 고민도 갈등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절”이라며 “아이들은 하고 싶은 걸 최대한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 진로에 대한 목표와 꿈을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걸 미리 계산해서 특정 방향으로 가야 실패 확률이 제로라는 식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준재군은 “원래는 미래 꿈이 경찰이어서 ‘포돌이’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남을 도와주는 직업이 반드시 경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경제 쪽으로 흥미가 생겨서 나중에 경제학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며 “현재 포돌이 외에 봉사 동아리 2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 꼭 입시를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시는 부가적으로 도움을 줄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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