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한겨레 자료사진
[함께하는 교육] 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연말 카드나 메시지를 주고받으셨나요? 감사한 분들께 송년 인사나 신년 인사는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지금 우리는 소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의 선택지가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사를 전하기 위해 종이 카드는 물론 이메일이나 문자, 개인 카카오톡(이하 카톡)이나 단체 톡방(이하 단톡방)의 메시지를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인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유명한 이론을 남겼습니다. 이는 미디어에 실어 보내는 내용뿐 아니라 ‘어떤 미디어를 선택했느냐 자체도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송년 인사를 위해 카톡 등의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낼지 문자 메시지를 보낼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 가운데 어떤 미디어를 선택할지 고민하게 되는 주요한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톡 메시지라는 미디어가 가지는 의미와 문자가 가지는 의미는 다르지요. 일단 메시지 안에 어떤 요소들을 포함시킬 수 있는지부터 다릅니다. 예를 들어 문자가 텍스트 위주라면 카톡, 라인, 밴드 등의 메시지 서비스는 텍스트 외에도 이미지나 소리 등을 포함시킬 여지가 있지요. 미디어 자체가 내포하는 공식성의 정도도 다릅니다.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할 때에도, 개인적으로 보내느냐 그룹이 모여 있는 방에 메시지를 올리느냐에 따라서 메시지를 작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렇게 우리는 소통을 하기 위해 미디어를 선택하고 메시지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 기반한 선택을 하게 되지요. 이때 재미있는 점은 각 미디어나 메시지에 부여하는 ‘암묵적인 의미’에 대한 사용자 간 공식적 합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개는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같은 미디어 플랫폼상에서 구성된 서로 다른 소통의 장 안에서도 이 소통의 장이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구성원 간에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험을 예로 들어 얘기해볼까요? 올해 연구를 위해 만난 중학생들은 대부분 학급별로 운영되는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급단위 단톡방에, 새벽 시간에 자꾸 감성적인 메시지를 올리는 친구가 있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개의 학생들이 ‘학급 단톡방은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는 공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벽에 개인 감성을 드러내는 메시지를 올린 건 ‘암묵적 합의를 어긴 일’이라 느꼈던 것이지요.
이처럼 소통의 매개가 되는 여러 미디어가 내포한 의미에 대해 구성원별로, 때로는 세대별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언어가 다른 개인이나 세대 구성원에게는 무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지요. 면대면 소통 상황이 아닌 미디어를 매개로 한 소통 상황에서는 비언어적 표현의 부재로 이와 같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양해진 미디어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이 이러한 미디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이런 역량을 바로 ‘리터러시’라 하고요. 아이들 혼자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알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함께 성찰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교육적 계기가 꼭 필요합니다. 이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한 영역입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