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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 넘은’ 유튜브 콘텐츠, 판단력 키우는 수업 필요해

등록 2018-12-17 20:01수정 2018-12-17 20:05

[함께하는 교육]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부모세대라면 ‘연예인’을 자연스레 떠올리겠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유튜버’가 인기 1위다. 뽀로로의 또다른 호칭이던 ‘초통령’을 이제는 유튜버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방송은 심의규정이 있어 어떤 ‘선’이라는 게 있지만, 유튜버는 그렇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물론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이 있으니, 몇몇 유튜버들을 추종하고 따라 하는 것도 그들의 선택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들의 행동과 말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가끔은 교사가 학생들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에서 나오는 새로운 표현과 언어(?)를 ‘배우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가짜 뉴스’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최소한의 윤리라 여겨지는 선을 넘는 혐오 표현들, 영상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억지로 설정한 내용 등이 아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미나 신기함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재생산되는 내용 대부분이 학교폭력과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갈 위험이 크다. 이 가운데 성차별적인 내용과 표현의 심각성을 빼놓을 수 없다. 무비판적으로 성차별적인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모방, 재생산한 결과가 최근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는 어른들인 우리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래서 한 번은 아이들에게 ‘광고, 노래 가사, 코미디, 책, 영화, 드라마,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서 성차별적 내용 찾아오기’라는 과제를 줬다. 특별히 당부한 점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내가 불편하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성차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수첩에 바로 적어오는 것이었다. 아이들 스스로 콘텐츠를 보면서 나름의 기준으로 가늠해보는 시간을 꼭 갖길 바랐다.

일주일의 준비 기간 뒤, 수업 시간에 다양한 발표를 함께 들어봤다. 역시 학생들이 자주 접하는 노래 가사들, 광고, 책 등에서 여러 사례가 뽑혔다. 마침 이 수업을 하기 며칠 전, 성차별 요소가 담긴 내용이라고 크게 비판 받아 수정된 광고가 있었는데 그게 학생들의 발표에 등장했다. 그래서 모두가 쉽게 이해했다. 다만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인, 옳지 않은 예시를 학생들이 접해야 했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났다.

또 속담, 티브이(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말한 내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공공 게시물 내용 등 아이들은 다양한 상황을 예로 들어 ‘이건 성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 자신이 판단하기 쉽지 않을 때는 교사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들이 좋았지만, ‘비난’이 아닌 ‘비판’이 되도록 계속 조심스럽게 피드백을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겹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각자 많이 고민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조사한 내용이 사람들에게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갖게 하고, 그 편견 때문에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에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티브이, 유튜브, 팟캐스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매체가 만들어내는 ‘제한 없는’ 표현의 물결 속에서 아이들에게 판단력을 키워주는 수업은 꼭 필요하다. 영상, 글 속에 담긴 성차별적 요소에 ‘민감’해지도록 감수성을 높여줘야 한다. 초등 교실 속 젠더 교육이 그 키잡이 구실을 할 수 있다.

한보영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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