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오랫동안 실시해 온 나라들에서 초기 단계에 많이 실시하는 교육이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 언어’와 관련된 교육인데요. ‘미디어 언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센터(Center for Media Literacy)에서는 ‘미디어 메시지는 자신만의 규칙을 지닌 창의적 언어로 구성된다’라는 말로 ‘미디어 언어’를 설명하고 있어요.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보면, 미디어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나 소리, 색, 편집 속도, 카메라 앵글 등 여러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결합해 구성한 언어와 같다는 개념입니다.
‘미디어 언어’라는 개념을 다루는 영국의 초등학생 대상 교육 사례를 예로 들어볼까요? 학생들에게 여러 장의 디지털 이미지와 배경 음악 파일을 주고 윈도우즈 무비메이커 같은 쓰기 쉬운 동영상 편집기를 사용하여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모둠 기반 활동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상을 직접 촬영하여 편집하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좋겠지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촬영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지나 소리 등 몇 가지 구성 요소를 주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들은 함께 이미지 배열 순서와 배경 음악으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이미지가 전환되는 편집 속도나 편집 효과 등은 무엇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여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단순히 편집 도구 활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가 되려면 어떤 요소들이 결합하는지 경험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만드시겠어요? 으스스한 분위기가 도는 배경 음악이나 음향 효과를 선택하면 좋겠지요. 편집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요.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미디어가 여러 가지 요소를 활용하여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분위기나 메시지를 구성함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미디어 언어’라는 개념을 다룰 때, 특정 미디어 장르는 그 장르만의 특징적 ‘언어’가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앞서 다룬 ‘무서운 이야기’ 만들기 활동도 공포물의 장르적 관습을 우리가 이미 습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지요. ‘미디어 언어’에 대해 중학생 수준에서 다룰 때에는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장르로 만들어보는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동화를 다큐멘터리 장르로 바꾸어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모둠 아이들은 같은 동화를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바꾸어 만들어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도 있어요.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경험을 반영한다면 동화 속 이야기를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처럼 표현하는 활동도 가능하겠지요?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들과 ‘미디어 언어’에 대해 다루다보면 아이들이 익숙하게 느끼고 있는 미디어 환경과 그 환경 안에서 서로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성찰하도록 돕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지닌 강점이자 매력이 아닐까요?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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