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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학교는 고추장 직접 만들어 먹어요”

등록 2018-12-03 20:05수정 2020-02-29 12:30

[함께하는 교육] 학교 장독대 사업 현장
지난 2017년 4월26일 서울잠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전통장을 담근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잠현뜰' 장독대에 담긴 고추장과 된장 등은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이 학교 급식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 장독대 사업'을 통해 친환경 먹거리 교육도 겸하고 있다. 서울잠현초등학교 제공
지난 2017년 4월26일 서울잠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전통장을 담근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잠현뜰' 장독대에 담긴 고추장과 된장 등은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이 학교 급식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 장독대 사업'을 통해 친환경 먹거리 교육도 겸하고 있다. 서울잠현초등학교 제공

“철수야, 오늘 급식 뭐야?” 먹거리는 언제나 아이들 최대 관심사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환경·기후문제나 유전자변형 식품 등이 당장 오늘 점심 밥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아이 먹거리’는 공부만큼 중요한 이슈가 됐다.

학부모 세대만 해도 ‘할머니댁 장독대’ 풍경에 익숙하지만, 아파트촌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요즘 ‘아파트 키즈(kids)’들은 ‘장독대’라는 말도 잘 모른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사각 플라스틱 포장 속 완성된 고추장, 된장의 모습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영양교사 등 전문가들은 “식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아이들이 직접 눈여겨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콩이 메주가 되는 과정, 메주가 장이 되는 단계 등을 교육현장에서 직접 봐두면 편식 등의 습관을 바로잡는 데에도 좋다”고 강조한다.

옹기종기 모여 ‘잠현뜰’ 가꿔요

서울 아파트촌 한복판, 송파구에 위치한 잠현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아이들과 직접 장을 담근다. 학교에 공간을 내어 자리잡은 장독대에는 ‘잠현뜰’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지난해 서울시 ‘학교 장독대 사업’ 시범학교로 선정된 잠현초는 항아리와 메주, 소금 등 구입비로 1000만원을 지원받아 학교에 장독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4월 담근 다양한 장류는 1년의 발효·숙성 기간을 거쳐 깊은 맛을 가진 ‘잠현뜰 장’으로 거듭났다.

학교 장독대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2011년 공립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4년 의무교육 대상인 모든 초·중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시작하며, 아이들의 ‘매일 건강한 한 끼’를 위해 마련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전통장’의 가치를 가르치고, 직접 맛보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강서구 신정초등학교, 염창중학교, 송파구 잠현초등학교와 문현중학교,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 등 5개 학교와 올해 도봉구 신방학중학교와 월천초등학교, 서초구 방현초등학교, 영등포구 문래중학교, 구로구 개웅중학교 등 5개교가 이 사업의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사실 아이들 먹거리와 급식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입장에서 ‘학교 장독대 사업’은 번거롭기도 한 일이었다. 급식에 사용해야 하는 식재료는 무엇보다 안전성이 보장돼 있고, 식중독 등 위험성이 없어야 한다. 때문에 ‘학교에서 직접 만든 장’을 실제 급식과 먹거리 교육에 활용할 수 있으려면 맛은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했다. 그래서 잠현초 학생과 학부모들은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경기 남양주 ‘뜰안에 된장’ 이순규 대표가 교육현장으로 ‘출동’해 된장과 간장, 고추장 손수 만드는 법을 전수해줬다. 다함께 급식실에 모여 장 담글 때 소금 염도 맞추기, 장 가르기, 장의 발효와 숙성 원리 등을 함께 교육하니 아이들도 신기해했다. 이 학교 6학년 김유정양은 “고추장은 맵고, 된장은 색깔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콩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재미있었다”며 “염도에 따라 장맛이 변할 수 있고,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게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교에 장독대 만들어 친환경 먹거리 교육

전문가와 함께 고추장·된장·간장 만들며

발효·숙성 거쳐 아이들 급식에 직접 활용

없는 식재료” 학부모 반응도 좋아

‘내가 손수 만든 장’ 애정 갖고 편식 고쳐

경남교육청, 10년째 장독대 사업 이어와

“매뉴얼 만들고 식문화 교육에 앞장”

지난 2017년 4월26일 서울잠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전통장을 담근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잠현뜰' 장독대에 담긴 고추장과 된장 등은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이 학교 급식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 장독대 사업'을 통해 친환경 먹거리 교육도 겸하고 있다. 서울잠현초등학교 제공
지난 2017년 4월26일 서울잠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전통장을 담근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잠현뜰' 장독대에 담긴 고추장과 된장 등은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이 학교 급식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 장독대 사업'을 통해 친환경 먹거리 교육도 겸하고 있다. 서울잠현초등학교 제공

“얼른 학교밥 먹고 싶다”는 아이들

잠현초는 올해 봄부터 ‘잠현뜰 장’을 학교 급식에 직접 쓰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 교직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색소나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우리가 만든 우리 학교 대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렇게 잠현초 30학급 학생 800여명이 학교에서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친환경 급식’을 먹게 됐다. 나물 무침, 우거지 된장국, 고추장야채찌개 등이 나오면 급식실에서 ‘햄버거’ 급의 환호를 받는다. 이 학교 박영례 영양교사는 “지난해 학교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장독대를 만들었다. 시중에서 파는 장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양이 충분하고 맛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잠현뜰 고추장, 된장뿐 아니라 이 학교 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 일부는 학생과 교사가 손수 키운 것들이다. 학교 구석에 있는 작은 텃밭을 통해 유기농 토마토, 고추, 무, 배추, 파, 가지, 치커리 등을 키우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건강한 식재료를 확보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아이들에게 ‘급식 남기지 마세요’라고 일부러 지도할 필요도 없어졌다. 남긴다고 ‘혼내는’ 구시대적인 방식도 쓰지 않는다. ‘우리학교 친환경 장맛’에 대한 애정이 생겨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현장학습이나 수련회에 가면 아이들이 ‘얼른 학교밥 먹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전통장은 짜다’는 생각에 학교 급식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직접 담가보니 시중에서 파는 된장, 간장보다 영양 요소부터 맛까지 무척 차이가 났다. 첨가물이 전혀 안 들어있는 장을 사용하니 학부모들 만족도도 높아졌고, 가정에서 먹거리 교육하기도 쉬워졌다. 박 교사는 “잠현뜰은 아이들 사랑방이 됐다. 옹기종기 소박한 항아리 배경으로 아이들 ‘포토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며 “장 만들기와 더불어 유전자 변형 식품, 한국 전통 음식, 편식 등에 대한 먹거리 교육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지니 ‘일석사조’”라고 설명했다. “학교 장독대는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시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지원해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공교육 현장에서 먹거리 교육으로는 최고입니다.”

한편 서울시는 내년 2월까지 ‘논 지엠오(Non-GMO, 비유전자변형 식품) 학교급식사업’을 추진한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학교·공공급식 한마당 축제’에서 친환경급식 홍보대사 샘킴의 ‘자연을 담은 레시피’를 배포하기도 했다.

지난 11월28일 창원합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식생활관에서 고추장을 만든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제공
지난 11월28일 창원합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식생활관에서 고추장을 만든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제공

10년째 친환경 먹거리 교육해와

지난 2008년 경상남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장독대 사업’을 시작했다. 공교육 현장에서 친환경 먹거리를 접하고 자연스레 한국의 식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올해 3월 기준 현재까지 사천대방초등학교, 창원합포초등학교 등 경상남도 관내 115개 학교에서 학교 장독대를 설치·운영 중이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 급식에 활용하는 기본 장류뿐 아니라 과실청류(매실, 오미자, 참다래 등)도 직접 만들어 ‘콜라보다 오미자 에이드가 더 맛있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학교 장독대 사업을 오래 이끌어온 만큼 ‘장 가르기’ 등의 행사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장 가르기란 잘 발효된 메주와 간장을 분리해, 메주는 잘 부수고 치대어 된장으로 만들고 간장은 잘 끓인 뒤 새 항아리에 담는 과정을 말한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 역시 오래 걸리지만, 연례 행사처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열심히 찾아와 손을 보탠다.

홍정민 경상남도교육청 급식운영담당 주무관은 “아이들이 전통 음식 장인과 함께 우리나라 토종 나물의 종류, 영양 성분, 장 활용법 등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 농촌과 학교의 협력 관계가 돈독해진다”고 설명했다. “학교급식에 전통장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대상 전통장류 체험 활동비 지원도 하고 있고요. 안전성 검사도 철저히 하면서 ‘전통 식문화 교육’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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