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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대찌개가 맛있는 이유? ‘잘 섞었기’ 때문이죠

등록 2018-11-20 10:57수정 2018-11-20 18:59

[함께하는 교육] 박샘의 융합독서
아이들이 ‘부대찌개’ 참 좋아하지요. 햄과 소시지, 김치와 떡, 치즈와 라면사리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어 가족들 외식 메뉴로 제격입니다. 부대찌개는 군부대에서 버려지는 다양한 재료들을 우리 입맛에 맞게 김치와 고추장 등을 넣어 혼합해 만든 인기 음식입니다. 이질적인 것들을 뒤섞어 새로운 스타일과 맛을 창조한 사례로, ‘퓨전’(fusion) 음식의 대표주자라 볼 수 있습니다.

책 읽기도 퓨전이 가능하다는 것 아시나요? 퓨전형 책 읽기를 ‘변증 융합독서’(이하 변증독서)라고 합니다. 변증이란 서로 다른 것의 모순을 해결하여 새로운 합(合)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다른 결을 가진 것들의 뒤섞임이 전혀 새로운 제3의 ‘합’을 만들어내는 힘을 말합니다.

변증독서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수학공식을 빌려오는 독서’와 ‘글쓰기의 방식을 바꿔보는 독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는 독서’가 그것입니다.

문학 작품에서 긴장의 정도나 등장인물 사이 감정의 변화를 좌표평면을 활용해 나타내 보는 것이 변증독서법 가운데 ‘수학공식을 빌려오는 독서’입니다. 문학 작품을 텍스트에서 좌표평면으로 옮겨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긴장과 갈등 정도를 분석하고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의 성격 유형도 좌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방식을 바꿔보는 독서’는 가정에서 가장 손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변증독서법입니다. 소설을 읽고 편지나 연설문 쓰기, 신문 기사로 바꿔보기 등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독서법이지요. 아이들이 고른 책 한 권을 가족 전체가 일주일 동안 읽은 뒤, 주말에 함께 모여 책 내용을 다양한 형식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린 왕자>를 읽고 큰 아이는 ‘어린 왕자가 겪은 일을 신문 기사로 만들어 보기’, 작은 아이는 ‘어린 왕자에게 편지 써보기’ 등의 활동이 가능할 겁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 창작하기 등 창의적 독후 활동이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는 독서’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가령 <난중일기>를 읽은 뒤 특히 흥미가 가는 시점과 사건을 뽑아내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지요. <난중일기> 속 역사적 한 장면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그 시대의 등장인물을 창조해내면서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변증독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덜란드의 판화가 ‘에셔’는 미술에 수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도마뱀>과 <조우> 등 멋진 작품을 냈습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비디오 등 미디어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고 현대 예술사에 이름을 남겼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셔와 백남준 모두, 판화와 비디오라는 ‘기초 영역’을 깊이 있게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뿌리로 수학 원리와 미디어 재현법 등을 더해 새로운 ‘합’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한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었을 때 ‘퓨전’의 가치는 더 커집니다. 부대찌개가 기본적으로 ‘맛있는 김치찌개’라는 밑바탕에 다양한 재료를 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는 것처럼요. 이처럼 변증독서는 독서와 글쓰기의 표현법을 다양하게 해보는 시도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융합독서의 방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융합독서는 여러 다른 것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기에 다양성을 내포하지만, 역설적으로 진정 강한 융합독서는 ‘몰입’과 ‘단순함’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즉, 재료는 다양화하되 주제와 목표는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증독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최소 7일에서 최대 30일 사이의 기간을 먼저 정해보세요. 기간을 정한 뒤 ‘사회학’, ‘물리학’, ‘우주’ 등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해보는 독서를 권합니다. 이 기간이 지난 뒤 다른 관심사가 생기면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책을 읽어보는 겁니다. 6개월~1년의 시간을 들여 변증독서를 해보면,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통찰과 생산적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을 연결해 만든 별자리에서 융합적 인간의 본성을 느낍니다. 여러분도 각 영역에서 자신만의 별들을 차근차근 연결해, 세상에 하나뿐인 새로운 별자리를 ‘융합·창조’해내길 기대합니다.

박동호(‘한겨레교육 융합독서지도사 과정’ 강사, 메타센스 융합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박샘의 융합독서’ 연재를 마칩니다. 박동호 선생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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