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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술·지식은 핵심 능력이 아닙니다”

등록 2018-11-19 20:54수정 2018-11-20 13:15

건설분야 SW업체 운영하면서
뇌과학에 기반해 교육철학 갖춰
‘능력=역량×기술×지식’
“적극성·전략성·합리성·긍정성 등
전전두엽의 역량이 진짜 핵심”
사원 채용 때 스펙 전혀 안 봐
무정년, 무상대평가 등 ‘4무 경영’
인터뷰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

두뇌 과학에 기반해 독특한 교육철학을 갖추고 이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두뇌 과학에 기반해 독특한 교육철학을 갖추고 이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우리나라에서 교육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교사? 학생? 학부모? 어쩌면 기업인들일 수도 있다. 기업인들은 직접 사람을 뽑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원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가 기업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우리 교육에 대해 발언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사한 직원들이 바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실용적 교육을 해달라” 정도가 거의 전부다.

이런 면에서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기 나름대로의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그냥 ‘감’이 아니라 두뇌 과학에 기반해 수립했다. 그리고 이를 기업 경영에 활용해 성공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 분야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버즈 칼리파,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러스키아일랜드 대교 등의 건설에 이 회사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지난 2000년 직원 15명의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국내외 직원 700명, 연매출 1000억의 회사가 됐다. 관련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95%에 지난 2016년 입사 경쟁률이 1000 대 1이었다. 한국에서 ‘기업인’이라고 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을 다그치고, 이익을 내기 위해 가차 없이 구조조정을 하며 엄격하고 효율적인 명령 전달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마이다스아이티는 4무 경영(무 스펙, 무 정년, 무 징벌, 무 상대평가)을 한단다. 무 스펙이란 사원 채용 때 스펙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래 가지고 기업 운영이 가능한가? 더구나 이런 경영 방침이 두뇌과학에 기반한 ‘자연주의 인본경영’에서 시작된 거라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지난 10월25일 경기도 분당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이형우 대표를 만났다.

“보통 ‘경영=이윤 창출’로 생각들 하는데 나는 경영이란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본다. 벌을 주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숨기려고 할 뿐이다. 상대평가를 해 일렬로 줄을 세우면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지 않으려고 한다. 60살 됐다고 사람의 능력이 사라지는가? 직원들이 계속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정년을 없앤 것이다.”

■“경영은 사람을 키우는 것”

그렇다면 스펙을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펙이란 한 인간의 학업 성취와 지적 능력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근거 아닌가? 이 대목에서 이형우 대표의 두뇌 과학에 대한 치밀한 지식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는 기자에게 인간 대뇌 피질 가운데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전전두엽의 복내측전전두피질, 배외측전전두피질 등 6개 부위가 각각 적극성·전략성·합리성·긍정성·사회성·성실성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6가지가 인간 능력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는 한 인간의 능력 하면 보통 지식과 기술을 생각한다. 나는 다르게 본다. ‘인간의 능력=역량×기술×지식’이다. 스펙은 이 가운데 기술과 지식만 보여줄 뿐이다. 인간 능력의 핵심인 역량은 긍정성·적극성·전략성·성실성 등으로 성과는 이런 역량에서 나온다. 한데 스펙으로는 이런 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스펙이란 부모·교사가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따라 하고 기술과 지식을 잘 암기하면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다양한 상황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긍정성은 다르다. 이 대표는 긍정성이 있어야 주어진 일을 하고 싶은 열정이 올라오고, 그 열정이 전략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본다.

이 대표는 “지식이 없으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역량이 없다면 지식이 있어도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다. 그런데도 대개 지식만 보고 역량이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 사원도 입사 6개월만 지나면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역량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그는 “차라리 잘 놀아본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할 수 있다. 방황하고 고민하고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세상과 밀고 당기는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마이다스아이티 사원들의 업무 실적이 출신 대학별(즉 스펙)로 차이가 나는지 자료를 보여줬다. 1그룹은 상위권 10개 대학, 2그룹은 11~40위권 대학, 3그룹은 41위 이하 대학 출신 사원들이다. 최근 5년간 이 회사 신입사원들은 1그룹이 25%, 2그룹이 36%, 3그룹이 39%였다. 한데 고 성과자로 업무 평가를 받은 사원들 가운데 1그룹은 20%, 2그룹은 36%, 3그룹은 44%였다. 즉, 3그룹에 속한 대학 출신들이 되레 고성과자에 더 많았고 1그룹은 반대였다.

“지난 2014년 2월 <뉴욕타임스>에는 구글 인사 담당 부사장 인터뷰가 실렸는데, 그는 학벌·자격증은 업무 능력과 전혀 상관이 없으며 고졸 채용을 점점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일류대학 출신들은 자기 능력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 탓을 하며 새로운 지식과 비판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스펙보다는 지적 겸손, 지적 수용성이 더 중요하다.”

그는 마이다스아이티를 창업하면서 사람과 두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대 출신으로 경영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서점에서 경영 서적을 둘러보니 죄다 돈 버는 이야기뿐이었다.

이 대표는 “경영을 사람과 행복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 없었다. 경영을 잘하려면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공부를 해 나가다 보니 심리학, 신경과학, 두뇌과학, 생물학까지 공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뇌과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실제 제품 개발로도 이어졌다.

■청소년기까지 성장하는 전전두엽’

마이다스아이티는 인에어(inAIR)라는 인공지능(AI) 면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현재 국내 500개 기업이 사용 중이다. 지원자는 카메라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60분간 면접을 본다. 지원자는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에 답을 한다. 이때 인에어가 지원자의 표정, 말투, 억양, 단어 등을 파악한다.

인에어가 합격·불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원자가 회사 업무에 적합한 성과역량을 가졌는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참고로 해서 회사가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 대표는 “안경은 사물을 잘 볼 수 있게 해준다. 인에어도 마찬가지다. 사원 채용에 정확한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우선 필요해서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며 “사람은 객관적으로 면접 평가를 하기 힘들다. 그날 면접관의 정서 등에 좌우되기도 하고, 지원자가 말을 잘하면 역량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인에어는 훨씬 더 정확하다. 어떤 지원자를 채용했을 때 상위 15%의 고 성과자가 될 확률을 80%의 정확도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암기식·주입식 교육, 객관식 선다형 시험에 부정적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히 지식·기술을 활용하는 직업은 사라진다.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60~70%는 없어질 것으로 본다”며 “전전두엽은 태어나서 청소년기까지 왕성하게 성장한다. 이때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하고 객관식 시험만 보면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능력을 제한해 뇌 발달에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창의·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체험활동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며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력과 전전두엽 능력이 계발된다. 교육을 혁신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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