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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치, 참여, 연대의 가치를 학교에서 배우는 법

등록 2018-11-05 21:53수정 2020-02-28 09:41

[함께하는 교육]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 톺아보기

서울시교육청 등 주관으로
‘학교민주시민교육포럼’ 열려
정권 교체 시기마다 방향 틀어지는
민주시민교육이 아니라
연대와 결속 등 가치에 방점 찍은
지속적인 교육과정 필요해
지난 2015년 3월31일 경기도 수원시 삼일상업고등학교 1학년 6반 학생들과 허진만 담임교사(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가 ‘근로계약서 작성해보기’ 수업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최우리 기자
지난 2015년 3월31일 경기도 수원시 삼일상업고등학교 1학년 6반 학생들과 허진만 담임교사(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가 ‘근로계약서 작성해보기’ 수업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최우리 기자

“덴마크와 라트비아는 민주시민교육이 의무교육에 포함됩니다. 오스트리아는 선거 연령인 16살 이전에 시민교육을 시작하고요. 2개 교과목은 시민교육만을 다룹니다. 그 정도로 공교육 과정에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지요.”

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민주시민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민주시민교육은 세계시민교육과 궤를 같이한다.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속한 영역을 지방(local)에서 지역(regional)으로, 더 나아가 국가, 국제 수준으로 확장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 국가에서는 시민교육 커리큘럼을 부단히 재·개편하고 있다. 8학년에서 시작하던 시민교육을 6학년 시기로 앞당기는 등 시민교육의 기간을 연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는 학교를 지역 커뮤니티로 삼고, 학생들이 학교 너머의 시민사회를 자연스레 접하도록 교육합니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사회의 크고 작은 이슈와 논쟁거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보도록 독려하는 것이지요.”

[관련 영상] 2018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

오스트리아 등 해외 민주시민교육 동향은?

한국의 경우 민주시민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정권 교체 시기 등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방점을 찍고 교육해왔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1978년 ‘범교육과정원칙’으로서의 시민교육 조례를 마련한 뒤, 2007년 총선에서 선거연령을 16살로 낮추는 등 청소년 시기에 접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대와 결속으로 대표되는 시민성, 공동체의 갈등 해결과 조정 등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방점 찍고 교육해온 덕분에 “16살짜리가 무슨 투표권이야”라는 한국식 사고방식은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김 연구위원은 오는 10일 열리는 ‘2018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이하 포럼) 오전 세션에서 위 사례 등을 비롯해 ‘해외의 민주시민교육 동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리는 포럼은 크게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뉜다.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의 개회사와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 전국 각 시·도교육감의 축사가 끝난 뒤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이 좌장을 맡아 ‘학교민주시민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1세션을 진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이어지는 1세션에서는 ‘학교 민주시민교육 실천과제와 체계’(정원규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해외의 민주시민교육 동향’(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허진만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 삼일상고 교사) 등의 발제가 진행된다. 포럼은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서울시교육청과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가 주관하며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인천광역시교육청, 전라남도교육청이 후원한다.

미디어·성평등 교육은 필수입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현직 교사들과 펴낸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보면, 민주시민교육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요즘에는 ‘미디어와 사회’, ‘미디어 바로보기’, ‘미디어 비평하기’ 등 미디어 리터러시와 ‘먼 곳에서 온 사람들’ 등 난민 문제,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슈, 여성 인권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 이어지는 2세션에서는 성평등과 다문화, 노동인권과 평화교육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2세션은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주관으로 영역별 민주시민교육 사례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학교의 성평등 교육’(이현숙 탁틴내일 대표), ‘학교의 다문화, 난민 교육’(이지연 수원이주민센터장), ‘학교의 노동, 인권 교육’(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 주무관), ‘남북협력시대 평화교육’(문아영 평화교육 피스모모 대표), ‘학교민주시민교육과 교육청의 역할’(강민정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교과·비교과 융합하며 세계시민성도 키워

현장 교사들의 학교 수업 사례 발표도 동시에 열린다.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주관으로 6개교 여섯 명의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적용해본 민주시민교육 사례를 전할 예정이다. ‘어린이·청소년 시민을 기르는 학교민주시민교육’이라는 큰 주제 아래 ‘학교민주시민교육의 방향과 특성’(최은경 안산초 교사), ‘학교민주시민교육으로 학생자치 바라보기’(구희남 송광중 교사, 이융 부경고 교사), ‘학교 속 민주시민교육 살펴보기’(성나래 당동초 교사, 임미은 선일중 교사, 시원혜 상봉초 교사) 등을 발표한다.

임미은 선일중 교사는 ‘귀에 걸고 코에 거는, 아주 쉬운 시민교육 이야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 교사는 “교과와 비교과를 융합한 민주시민교육이 영어, 수학, 체육, 방과후 수업 등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어과에서는 ‘공정여행을 통한 세계 문화 이해 프로젝트’로 세계시민성을 키우고, 수학과에서는 등비급수의 활용과 함수의 성질을 ‘세계 물의 날’ 등 계기수업과 접목하는 방식이다. 임 교사는 “민주시민교육에는 교과 간 경계가 없다. 마치 잉크 한 방울이 물속에 퍼지듯 조금씩 주변을 변화시키는 과정, 그 속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 공교육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1월1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2018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이하 포럼)이 열린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준비했어요

이번 포럼에서는 ‘학생 세션’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전국 19명의 학생들이 모여 ‘포럼 학생기획단’(이하 기획단)을 꾸렸고, 이들 가운데 7명의 청소년들이 직접 세미나에서 발표한다.

다른 교육 관련 포럼이나 행사 등이 청소년들에게 ‘참여 학생’ 정도의 권한만 주었다면, 이날 포럼에서는 ‘학교 속 민주시민, 우리들의 자치활동 이야기’를 주제로 전국에서 모인 중·고교생들이 직접 발제한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3시까지 진행하는 기획단 1부 행사에서는 ‘그들을 위한 우리의 행동-세월호 추모’(이민정 운남고2), ‘메이드 인 학생자치회-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행복한 학교’(최지아 부경고2, 박나영 부경고1), ‘내가 해야 하는 일(학생자치)’(윤기주 회현중2), ‘배움나눔 민주시민교육’(서지혜 마곡중3), ‘코치는 선수가 아니다-리더의 자세’(이석호 서전고2), ‘학생회장 선거, 어떻게 준비하나’(신선규 대성중3) 등의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기획단 2부 행사는 오후 3시20분부터 5시까지 이어진다. 특히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생 자치활동과 동아리 활성화 제안 정책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토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기획단이 직접 구성·제작한 정책 제안 자료집을 보면, ‘교육 참여위원회 신설’(김민준, 조윤하), ‘과정중심제 도입’(황유정, 김하늘, 오세빈), ‘능동적 정치교육의 확대’(송가영), ‘선택 교육 제도’(임시영), ‘참참참 정책’(김소현) 등 학생들 시선에서 본 다양한 교육 정책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특히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 진행하는 성교육 방식의 획기적 개선, ‘비건’(vegan, 채식주의자)을 위한 채식급식제 도입 등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교육정책 제안들도 눈에 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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