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박샘의 융합독서
오늘은 이른바 ‘카멜레온 독서법’이라 불리는 ‘다중형 융합독서’(이하 다중독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0월9일치 칼럼에서 다룬 ‘협력형 융합독서’(이하 협력독서)가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의 관점만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다중독서는 한 사람이 다양한 처지에 놓여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360도 회전하는 ‘카멜레온의 눈’처럼 말이지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카멜레온의 눈을 떠올려 보십시오. 돌출된 양쪽 눈은 마치 감시 카메라처럼 각각 따로, 360도 완전 회전을 할 수 있습니다. 다중독서와 카멜레온의 눈은 비슷한 구석이 있지요. 고정된 어느 한 곳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동시에 다양한 목표물을 관찰·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다중독서가 가능한 학생들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고 오직 게임만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겠지요? 반면 스마트폰이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 왜 발명됐는지, 옛날 사람들은 어떤 휴대폰을 썼는지 등 ‘사물의 뒷얘기’를 상상해보는 아이도 있을 겁니다.
또 예를 들어볼까요?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읽은 뒤 당대 정치가, 경제학자, 심리학자, 사학자, 과학자, 문학자 등 여러 입장에 서서 해석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나의 작품을 마냥 쭉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닌, 책 속에 등장하는 학자·관리·부자와 평민 등 인물 각각의 성격과 처한 상황, 시대적 배경까지 생각해보며 뿌리 내려가는 독서법입니다. 이렇게 다중독서는 하나의 책이나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다중독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먼저 아이와 책 한 권을 온전히 읽어봅니다. 책 속에서 모르는 낱말 찾고 글 써보기부터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적어보기, 책에 나오는 나라의 실제 면적 구하고 비교해보기, 시대적 배경?인물을 상상하며 그림 그려보기 등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엉뚱한’ 활동을 통해 아이는 다중독서법을 익히게 됩니다.
글쓰기, 그림 그려보기, 수학적 사실 알아내기 등 활동 중심의 다중독서는 국어, 수학, 과학, 미술, 체육, 음악 등 교과들을 통합해 배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요즘 말하는 융합인재교육(STEAM)의 한 방법인 것이지요.
협력독서가 각자 가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티(T)자형 독서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방식이라면, 다중독서는 한 사람이 카멜레온의 눈처럼 다양한 시각?관점으로 역지사지를 체득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지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놓인 상황에 따라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무척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두 눈을 360도로 각각 움직이거나 회전해 서로 다른 물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카멜레온의 눈’. 한 권의 책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읽는 것보다 50도, 80도, 150도 등 다양한 시각을 갖고 읽어보는 것, 다중독서의 핵심입니다.
박동호(‘한겨레교육 융합독서지도사 과정’ 강사, 메타센스 융합인재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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