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화면 갈무리.
맞벌이를 하며 6살 아이를 키우는 정아무개(서울 성동구)씨는 지난해 11월 유치원 추첨에 참여하려고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한 뒤 하루 연차를 냈다. 집 근처 사립유치원 5곳에 지원을 했는데, 추첨일이 대부분 ‘평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셔틀버스나 등·하원 시간 등을 고려해 사립유치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공립유치원은 온라인 추첨을 하는데 사립은 그렇지 않아 좀 짜증이 났다”고 지난해 기억을 떠올렸다.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가 다음 달 1일부터 유치원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대다수 불참했던 사립유치원들이 올해는 이 시스템이 참여할지 관심이 크지만, 올해도 사립유치원의 참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이 연차를 내고 유치원 추첨에 가는 불편을 해소하려고 지난해 전국적으로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도입했다. ‘처음학교로’는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유치원을 검색해 입학 신청을 하면 추첨 결과까지 알려주는 인터넷 누리집이다. 하지만 지난해 사립유치원의 2.8%(120곳)만 참여해 ‘반쪽짜리’라는 학부모들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을 지난해와 비슷하다. 지난 9월 교육부 사전조사에서 사립유치원 4090곳 중 100여곳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18년 현재 전체 유치원 중 사립유치원의 비율은 75%에 달한다.
이에 교육부는 10일 교육부-교육청 공동 점검회의를 열어 사립유치원의 참여 유도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교육부는 조례 제정을 통해 사립유치원을 압박할 예정이다.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아 선발을 하도록 조례를 만들고, 따르지 않으면 유아모집 정지나 재정지원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유아교육법 11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유아의 모집·선발 시기, 절차 및 방법에 대해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관련 조례를 가진 지자체는 서울시뿐이다.
사립유치원들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국공립과 사립이 경쟁하면, 교육비가 저렴한 국공립에 지원자가 몰릴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치원 정보를 공시하는 인터넷 누리집 ‘유치원 알리미’가 공개한 2018년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금을 보면, 국공립유치원은 한 달 평균 1만~1만3800원이지만 사립유치원은 17만7000원~20만원 수준이다. 최대 사립유치원연합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국·공립은 정부가 인건비와 차량·학습준비물 비용을 지원하는 반면 사립은 그 비용을 부모에게 받기 때문에 교육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 있는 학부모 지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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