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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현대판 ‘스피커스 코너’인 유튜브

등록 2018-10-01 20:21수정 2018-10-01 20:31

[함께하는 교육] 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지난 2015년 10월 로버트 킨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유튜브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015년 10월 로버트 킨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유튜브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런던 하이드파크의 한쪽 귀퉁이에는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누구든 작은 상자나 의자 위에 올라서서 정치, 국제 이슈, 종교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곳이지요.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공원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나의 의견을 들어주는 ‘청중’을 얻기 힘들었던 시대에 개개인의 의사 표현과 소통의 장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지녔던 곳이지요.

며칠 전 유튜브 메인 화면에 나열되어 있는 영상들을 훑어보다가 ‘여기가 현대판 스피커스 코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사회적 이슈나 일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영상으로 구성하여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장을 제공합니다. 인터넷의 도래로, 특히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보편화로 우리는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나와 소통할 청중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에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커스 코너와 유튜브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더군요. 스피커스 코너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치열하게 충돌합니다. 연사를 둘러싼 청중이 반론을 펼치기도 하고, 그 연사와 가까운 곳에서 다른 사람이 연단을 놓고 반대 의견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스피커스 코너를 돌아다니는 청중들은 다양한 의견을 한 장소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등 현재 인터넷 소통 공간은 조금 다른 환경을 제공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유튜브에서 영상을 무작위로 골고루 보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구독한다든지 주로 찾아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연구과정에서 만났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와 ‘싫어요’ 등을 통해 의견을 표현한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가 올린 영상 및 사용자의 댓글이 어우러진 유튜브 페이지는 다양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의 소통의 장 구실을 하기보다는, 비슷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강화하는 곳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영상에 대해 반대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싫어요’라는 의견이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궁극적으로 채널 운영자에게 자신의 영상에 달린 댓글을 삭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므로, 많은 경우 유사한 의견의 집합장이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현재 인터넷 소통장은 비슷한 관점과 견해를 지닌 사람들 간의 소통이 강화되는 공간이 되고 있지요. 인터넷 활동가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sier)는 ‘필터 버블’이라는 말로 이런 인터넷 환경을 설명했어요. 프레이저에 의하면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점에 반하는 의견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아지고 자신의 관점에 부합하는 필터 버블 속에 갇히게 됩니다. 또한 미디어가 더 이상 세상을 비추는 창이 아닌, 자신들의 신념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온라인상의 갈등과 의견 충돌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와 같은 갈등의 원인을 단순히 지금 우리 세대의 소통 능력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는 소통과 갈등 모습에 영향을 주는 미디어의 구조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미디어 환경과 구조에 대한 연구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영역입니다. 인터넷 기반 소통 환경의 어떤 요소들이 필터 버블의 형성을 부추기는 것일까요? 이러한 요소들이 활성화되는 미디어의 산업적 맥락은 무엇일까요? 인터넷에서 소통을 하는 나는 의도적으로 필터 버블을 벗어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미디어 환경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만약 유튜브나 SNS에 조회수나 좋아요 등 공감수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소통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계기로 우리가 소통하는 환경의 구조에 대해 성찰하고 변화된 환경을 상상해보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는 공기처럼 평소 깨닫지 못하던 테크놀로지를 가시화하고 그것의 변화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김아미(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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