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얼평’ 없는 건강한 교실 만들기

등록 2018-10-01 20:21수정 2018-10-01 20:30

[함께하는 교육]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지난 2016년 9월1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서울 홍대, 신촌 인근을 돌아다니며 성차별을 조장하고 소수자를 혐오하는 광고 문구에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포스트잇 거리액션'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지난 2016년 9월1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서울 홍대, 신촌 인근을 돌아다니며 성차별을 조장하고 소수자를 혐오하는 광고 문구에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포스트잇 거리액션'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사람의 외모는 지문과도 같다. 전 세계 70억 명이 모두 다른 얼굴이다. 어느 한 기준에 따라 ‘맞고 틀린 것’이 나뉘지 않는다. 미의 기준은 ‘다른 것’이고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특정 기준들을 잣대삼아 ‘틀린 외모’를 규정 짓는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얼평’(얼굴평가), ‘몸평’(몸매평가)이라는 말을 교실 안팎에서 일상적으로 쓴다.

교사로서 경력을 쌓아 가며 안타까운 점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마저 이런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외모 평가’는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의 겉모습을 치켜세우거나 깎아내리는 표현을 교실 안팎에서 아주 쉽게 말한다. 가끔은 자기 스스로 외모 비하를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크게 상처를 받는다. 모두가 말실수를 하지는 않아도, 부모세대부터 아이들까지 이 ‘외모 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먼저 교실에 둘러 앉아, 각자의 등교 준비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했다. 남학생 가운데 열에 아홉은 10분 안팎이면 준비가 끝났다. 반면 여학생들은 최소 10분~최대 30분까지 다양했다. 20분 이상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등교 준비에 공을 들이는 이유와 외모에 대한 관심을 연결해 보았다. 교사인 나 자신도 그날 아침 처음으로 렌즈를 착용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난감했는데, 그 이야기를 해주니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이야기했다. 준비 시간에는 예쁘게 꾸미기도 하지만, 콤플렉스인 부분을 최대한 감추려 애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어른들도 밝히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몇 명의 학생들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피부나 키에 대한 걱정, 나이를 가리지 않는 체중 고민, ‘꾸미지 않으면 초라해 보인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남학생 중에서는 자신은 크게 개의치 않는데 주변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교사인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고, 우리들이 선망하는 연예인들조차도 나름대로의 외모 고민이 있음을 함께 짚어냈다. 그리고 50~100년 전 예전의 미적 기준 몇 가지를 책과 영상 자료를 통해 살펴봤다. 아이들은 이내 “모든 기준이 하나일 수 없으며, 지금의 기준들도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라는 결론을 냈다. 갸름한 얼굴과 오똑한 코, 큰 키와 살찌지 않은 몸 등으로 대표하는 ‘좋은 외모’의 기준에 모두가 맞을 수도 없고,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도 함께 내봤다.

학생들의 외모 꾸미기에는 나름의 생각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고민과 압박감은 여학생들에게 더 많았지만, 남학생들도 완전한 예외는 아니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자라나는 학생들을 옭아매는 ‘독’이 아니라, 일상의 즐거운 한 부분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건강한 교실에는 ‘얼평과 몸평’이 없다. 외모나 몸이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바로 ‘초등 젠더 교육’의 시작이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한보영 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계엄 해제”에서 “윤석열 체포”로…국회 앞 시민들 환호 1.

[영상] “계엄 해제”에서 “윤석열 체포”로…국회 앞 시민들 환호

“윤 대통령, 탄핵으로 들어갔다”…법조계도 계엄 선포에 분노 2.

“윤 대통령, 탄핵으로 들어갔다”…법조계도 계엄 선포에 분노

시도때도 없이 오던 긴급재난문자, 계엄령 선포 땐 안 와 3.

시도때도 없이 오던 긴급재난문자, 계엄령 선포 땐 안 와

박안수 계엄사령관, ‘충암파’는 아냐…적법 절차 안 거치고 임명돼 4.

박안수 계엄사령관, ‘충암파’는 아냐…적법 절차 안 거치고 임명돼

국회 의결로 계엄 해제…‘국회 봉쇄’ ‘의원 출입 금지’는 내란죄 5.

국회 의결로 계엄 해제…‘국회 봉쇄’ ‘의원 출입 금지’는 내란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