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시대.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검색을 위해 부모들이 ‘초록창’을 켤 때,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부터 연다고 합니다. 올해 초 연구를 위해 만났던 초등학생들도 게임 잘 하는 법을 알고 싶거나 좋아하는 운동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고 싶을 때 유튜브를 먼저 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연구 과정에서 저도 유튜브를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했습니다. 재미있고 도움 되는 정보도 있었지만 ‘저런 콘텐츠를 아이들이 보아도 되나’ 싶은 걱정스러운 내용도 제법 많았어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디어 관련 사회 이슈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 문제나 ‘가짜 뉴스’의 폐해 등을 논할 때, 결론적으로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는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전공·연구한다고 말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되묻습니다. “그게 뭔데요?” 한 마디로 답해보려 늘 고민하지만,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개는 “미디어 환경 안에서 원활하게 읽고 쓰고 소통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능력입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혹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해요”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답답한 마음에 한국에 학회 참석차 방문하신 지도 교수님께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반평생을 미디어교육 연구를 해오며 많은 나라를 다니시는 교수님은 마치 경지에 오른 도인처럼 답을 주셨습니다.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매력이자 힘일지 모른다”라고요.
미국 전국미디어교육연합회에서 발표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의’ 자료. 김아미 부연구위원 제공
미국의 미디어교육전국연합회(NAMLE)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설명하는 한 장짜리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란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그리고 행동하는 능력’이라고 규정합니다.
한 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 생각해볼까요? 여러분이 가을맞이 여행을 가려 합니다. 특정 검색 엔진에 ‘가을 여행’, ‘가족 여행’ 등의 검색어를 넣어 정보를 찾으시겠지요. 이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고, 특정 포털을 선택해 그 포털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까지가 ‘접근’ 능력에 해당합니다. 여행 정보들이 주루룩 제시되겠지요. 이 가운데서는 경험담 등 블로그 포스팅의 형식을 한 광고도 분명히 있습니다. 유용한 정보와 광고를 구분해내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과정이 ‘분석’과 ‘평가’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짜고, 여행을 다녀와 경험담을 다시 공유합니다. 이것이 ‘창조’와 ‘행동’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미디어와 만날 때 여러 능력이 발휘되고,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부족할 경우 소통이나 다양한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요.
미디어 리터러시는 경험적으로 자연히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적 지원이 필수적이지요. 가르치는 입장에 서신 분들은 ‘나도 미디어에 대해 잘 모르는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사회를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김아미(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