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안산 시곡중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염경미 인문사회부장 교사가 ‘4·16 세월호 참사와 국민 안전권’ 계기교육을 하고 있다. 이날 2교시에 걸쳐 진행한 사회-미술 교과융합 수업에서 학생들은 추모 작품(공공미술) 을 만든 뒤 ‘주권자, 참여하는 시민’ 등에 대해 활발히 토론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민주주의 강화와 사회 갈등 예방·통합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정책이 기획재정부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기재부가 관련 예산 전액을 깎아버린 교육부 사업의 약 절반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실도 확인됐다.
9일 박경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내년도 교육 예산 편성안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사업’ 명목으로 신규 예산 20억7800만원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과 수업 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연구 비용 4억원, 지역 거점대학 발굴·운영 비용 4억원 가량이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민주시민교육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2020년까지 교육과정을 부분 개정하거나 선택과목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민주시민교육 사업 예산을 요청하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해 올해 1월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했지만 확보된 예산이 없어 기반 조성이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주시민교육은 국정과제이자, 현재 통일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봤을 때도 상징성이 큰 정책”이라며 “20억원이면 다른 예산안과 비교할 때 규모가 아주 큰 것도 아닌데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관련 예산을 한푼도 편성하지 않은 교육부 사업은 모두 7개다. 이 가운데 3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기도 하다. 국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립대에 정부 예산을 확충하되 대학의 씀씀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영형 사립대’ 정책 예산은 811억원을 요구했으나 전액 삭감됐다. 또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국외 견학을 지원하는 신규 사업인 ‘취약계층 대상 해외 견학’ 예산(8억원)도 모두 깎였다. 국정과제인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을 위해 교육부는 외부 지원없이 국외여행을 경험할 수 없는 청소년 200명을 선발해 미국과 유럽 등에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교육쪽 업무를 잘 아는 국회 관계자는 “기재부의 예산 편성이 보수적이어서 신규사업의 경우 삭감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국정과제 예산을 줄줄이 0원으로 편성하면,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폐교대학 청산 지원을 위한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의 변화로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교직원 임금체불 문제 등 대책마련을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밖에 학생 위기문자 상담망 운영 예산 2억원,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7억5천만원도 2019년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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