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전경.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학가에서는 ‘살생부’로 불리는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나왔다. 덕성여대·조선대 등 116개 대학이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 대학으로 꼽혔다. 이들 가운데 20개 대학은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도 제한된다. 최하위 대학으로 선정된 11개 대학은 정원의 30% 가량을 줄여야 해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3일 “오늘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국 323개 대학 가운데 207개(64%) 대학이 정원감축 없이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하위 40% 대학 가운데 66개 대학이 정원의 10%를 줄여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됐고, 20개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등이 제한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28일까지 이번 진단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의신청 검토를 거쳐 8월 말께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비해 2013년 이후 10년간 대학 정원 16만명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은 5만6천명을 줄인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2016~2018년 이행)에 이어 2주기(2019~2021년)에 추가로 5만명을 줄일 대학을 선별하기 위한 평가작업이다. 이번 진단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2021년까지 역량강화대학은 7~10%,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Ⅰ)은 10~15%,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Ⅱ)는 30~35%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교육부는 2주기 대학 역량진단 평가를 진행하면서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는 달리 ‘부정·비리 제재’를 적용했다. 지난 6월 1단계 심의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가운데 전·현직 이사장이나 총장, 주요 보직자 등이 부정·비리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자율개선대학 자격을 박탈했다. 수원대·평택대·목원대·경인여자대 등 4곳이 이런 이유로 한 단계 낮은 역량강화대학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최근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여파로 교육부 감사를 받은 인하대는 자율개선대학을 유지했다. 교육부는 “대학 행정에 대한 책무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비리 대학에 엄정한 조치를 하기 위해 이런 제재를 적용했다”며 “최종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진행 중인 형사판결이 확정되면 심의를 거쳐 제재를 적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새 평가지표를 놓고 대학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대학 구성원의 노력으로 재단의 비리를 밝혀낸 수원대는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했고, 영산대 등은 비리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데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다”며 “부정비리에 대해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대학역량평가에 그 같은 지표를 넣어 피해를 대학 구성원이 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2019학년도부터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으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제한을 받게 된다. 김천대·상지대·가야대·금강대 등 9개 대학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의 제한을 받는 재정지원대학(유형Ⅰ)으로 선정됐고, 신경대·경주대·제주국제대 등 11개 대학이 전면 제한을 받은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Ⅱ)로 분류됐다. 다만 상지대는 과거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의 잘못된 판단이 이사진 비리 원인의 하나였다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기존 장학금·학자금 대출을 유지하면서 2020년 재평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출 제한 등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학국장학재단 누리집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연구원은 “1주기 구조조정에선 15% 감축이었고 이번엔 최하위 대학에 35%를 감축하라고 했다”며 “정부재정이 끊어지고 정원감축으로 등록금까지 줄어들게 된다면 해당 대학들은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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