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동구학원의 동구여중 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과 연결되는 서울 신문로 경희궁 앞 마당에 모여 재단의 일방적 해고로 물러난 오환태 교장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오환태 교장 선생님은 제가 본 선생님 중 가장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1학년 재학생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우리 교장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22일 오전 10시께 서울 동구여중 재학생 193명이 교복 차림으로 서울 경희궁 앞마당에 모였다. 교장선생님이 없는 비정상적인 학교 상황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전교생 453명의 절반에 달하는 학생이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민주시민 체험학습’을 나온 것이다. 학부모 30여명과 함께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아이들은 하얀 A4 용지에 교장선생님 복직을 요구하는 글을 빼곡히 써내려갔다.
오환태 교장은 지난해 5월 교장공모를 통해 동구여중 교장에 임명됐다. 당시 학교법인 동구학원은 2012년 횡령 등 17건의 비리가 적발돼 이사진 전원이 물러난 상태였다. 서울시교육청이 파견한 관선이사들은 공모를 거쳐 오 교장을 임명했다. ‘동구학원 정상화’가 곧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11월 동구학원 이사진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임시이사 파견처분 효력정지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동구학원 사태는 또다시 반전을 거듭했다. 동구학원 옛 이사들이 다시 재단에 복귀했고, 그들은 올해 2월 오 교장의 임용을 취소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부적절’ 의견을 냈지만, 재단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동구여중 교장 자리가 비어있는 이유다.
동구여중은 교장 공석 사태 속에서 학사운영에 파행을 겪고 있다. 중1 학부모는 “체육관과 급식시설이 노후한 상태인데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등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이를 다른 곳으로 전학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시민 체험학습에 모인 193명 학생들은 A4 용지에 쓴 글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학생들의 글에는 “정의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모순된 정의를 구현하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 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 “평범하고 행복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