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여름방학이 마무리되며 서서히 2학기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1학기보다 더 잘해보자는 각오와 다짐들이 생겨나는 시기지요. 이번 칼럼에서는 엘에스피(진로, 플래닝, 기업가정신교육과 선·후배 멘토링 문화를 통해 미래역량을 키워주는 경안고 특성화 프로그램, 5월8일자 칼럼 참조)에서 ‘플래닝의 절정’이라고 불리는 ‘분기 플랜 수립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엘에스피에서 말하는 분기는 개학 뒤부터 1차 지필평가까지의 기간과 1차 지필평가와 2차 지필평가 사이 두 달 정도 기간을 말합니다. 대부분은 일 년을 1학기와 2학기, 두 개로 나눠 생활하지요. 하지만 엘에스피에서는 일 년을 1학기 1분기, 1학기 2분기, 여름방학 분기, 2학기 1분기, 2학기 2분기, 겨울방학 분기 등 총 6개로 세분화해 운영합니다.
개학하면 ‘2학기 1분기 플랜’을 짜야 합니다. 2학기 1차 지필평가 전까지 학교 수업 진도를 예상해 예·복습 계획을 세우고, 참고서 및 학원 수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나만의 학습 계획’도 직접 짭니다. 평소 엘에스피를 통해 한 달 단위 계획 수립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은 두 달 단위 분기 플랜 역시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충분히 세울 수 있게 됩니다.
분기 플랜은 교과와 비교과활동으로 나눠 작성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 수업 뒤 1, 2차 복습하고 오답 리스트 작성하기’, ‘이번 분기 아침 독서모임의 필독서 6권 중 5권 읽고 3권 이상 본깨적(보고 깨닫고 적용하는 독서법) 하기’ 등 교과와 비교과 영역을 나눠서 작성하면 됩니다.
경안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세인 학생은 “1년을 6번의 기회로 나눈 ‘분기 플랜’을 통해 두 달 계획을 미리 세우고 실천한다. 전공 관련 다양한 비교과 활동도 잘 하게 되고, 꾸준히 성적이 오르는 등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분기 플랜을 확실히 익힌 학생들은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95 개발자인 나카지마 사토시가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에서 소개했습니다. 평범했던 저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엘리트 조직 속에서 성과를 내게 해준 시간 관리법이지요.
지난 2017년 10월21일 경안고 이시은 학생이 ’분기 플랜’을 활용해 학업 및 비교과활동에서 이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곽충훈 교사 제공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안고도 안산의 평범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입니다. 이들을 미래 인재로 키우기 위해 고민하다가 찾게 된 방법이 바로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입니다.
이 방법은 로켓이 초기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쓰듯, 학습 및 업무를 시작하는 초반 20% 기간에 할 것들 80%를 미리 끝낸다는 목표로 집중하는 게 관건입니다. 개학 뒤 분기 시작 시점에 휴일 등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80% 이상의 에너지’를 투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방법은 학생들이 봉사활동, 자율동아리, 아침 독서모임 등 비교과활동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몰입 상태의 추진력을 얻는 것이 비교과활동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지요.
한데 이 시간 관리법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태스크’(업무 최소단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2~3달을 미리 내다보는 훈련이 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1학년보다는 2~3학년 학생들에게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분기 플랜 수립,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 등의 핵심은 결국 ‘자기주도성’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1~7교시 정해진 시간표 속에서 ‘내가 지금 어떤 것을 배우고 있는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되새길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자기주도성인 것입니다. 1년을 6번의 기회로 나눠 계획을 만들어보면 슬럼프도 쉽게 오지 않습니다. 두 달마다 학습 목표를 점검할 수 있고, ‘로켓 추진체’의 힘으로 다시 몇 번이고 도약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 당장 플래너를 꺼내 ‘분기 플랜’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사진 곽충훈(경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