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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상 위 ‘아이돌’ 사진 옆에 ‘진로 포스터’도 추가

등록 2018-07-30 20:08수정 2018-07-30 20:35

저는 아이들에게 플래너 쓰는 법 등을 지도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언제나 강조합니다. 기록은 불연속적인 생각을 연속적으로 이어주는 매개이지요.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이라는 책을 보면, 역사상 위대한 천재들도 기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록을 통해 생각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촘촘하게 펼쳐진 생각은 실행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데 앎(생각)을 함(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1명뿐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의지 갖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기록 관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탁월한 실력을 갖게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어떻게 하면 기록 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요?

경안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바인더를 사용해 생각의 씨앗을 키우게 하고 있습니다. 바인더를 잘 사용하려면 바인딩(binding)과 인덱싱(indexing)을 잘해야 합니다. 바인딩은 자료를 바인더에 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인덱싱은 모아놓은 자료를 주제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뜻합니다.

엘에스피(LSP) 토요학교(진로, 플래닝, 기업가정신교육과 선·후배 멘토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워주는 경안고 특성화 프로그램, 5월8일자 칼럼 참조)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들의 바인더는 ‘목적’, ‘주간 플랜’, ‘자아&진로탐색’, ‘독서활동’ 등 네 항목으로 인덱싱되어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8일 경안고 1학년 학생들이 ’바인더 기록’을 토대로 진로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곽충훈 교사 제공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목적 파트는 꿈 리스트, 사명&비전, 분기 플랜 등으로 나뉩니다. 주간 플랜 파트는 ‘셀공시간 설계표’(셀프계획표)&주간 플랜, 주간 계획&피드백, 일일 계획&피드백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1학년 대상 플래닝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입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1학년 학생들은 학습 계획에 우선순위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플래닝 훈련을 꾸준히 해보면서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 등을 한눈에 파악하는 연습을 합니다.

자아&진로탐색 부분은 진로교육 때 작성했던 활동지들을 비롯해 비교과활동에서 작성한 ‘느낀 점’ 기록을 포함합니다. 독서활동은 읽은 책 목록과 추천도서 리스트, ‘본깨적’(책을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을 줄인 말. 5월29일자 칼럼 참고) 독후 목록 등을 넣어 관리하도록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비롯해 모든 교과·비교과 활동을 직접 손으로 적어보며 기록으로 남기니,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에 더 강한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자료와 생각을 모으고, 기록해나가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바인더 심화 교육’도 합니다. 지도 교사의 ‘바인더 심화 교육’을 통해 엘에스피 멘토(이하 멘토)들은 자신의 ‘진로 바인더’를 먼저 만들어보게 됩니다. 지도 교사가 멘토들에게 심화 교육을 마치면, 멘토는 이를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식입니다. 멘토는 자신의 바인더를 친구와 후배들에게 보여주면서, 학교 내에 바인더를 사용하는 문화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인더에서 진로 관련 자료와 내용은 ‘진로 포스터’를 만들 때 활용하고 있습니다. 진로 포스터는 일종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커다란 도화지 위에 자신의 사명선언서, 직업·활동 로드맵 등 진로 계획을 잘 설명해주는 자료들로 채워집니다. 자신이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고 ‘꿈을 이룬 내 모습’을 떠올려보게 하면 좋습니다. 2학년 이은진양은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책상 위에 붙어 있는 진로 포스터를 보며 내 꿈에 대한 생각을 틈틈이 할 수 있게 됐다”며 진로 포스터의 효과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비롯해서 학습 도구와 기록을 위한 메모 앱 등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 됐습니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날로그형 기록관리의 중요성’이 유효함을 느낍니다. 진로교육 첫걸음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직접 써본 한 줄 문장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아이들에게 ‘생각의 도구’로 써보라고 바인더 한 권씩 들려주면 어떨까요?

글·사진 곽충훈(경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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