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행동에는 메시지가 있다. 분노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잘못된 행동을 중단하라는 것, 사과를 요구하는 것, 책임을 묻는 것. 이런 것들이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공격의 내용, 관계, 상황에 따라 다른 메시지이겠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메시지는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상대에게 가장 많이 전달된다. “안돼”라는 말보다 그 말을 할 때의 눈빛이 어땠는지, 몸짓이 어땠는지, 말하는 이가 전체 공간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를 잡았는지 등이 더 큰 메시지가 된다. 딱 멈춰 서서 똑바로 바라봤는지, 구석으로 숨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로 나왔는지, 몸에 힘을 주어 등을 곧추세웠는지 하는 것이 메시지가 되어 상대방에게 가 닿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소리다. 소리가 주는 느낌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싫어”라는 말이 어떤 톤과 크기로 나왔는지, 말끝을 흐리는지, 명확하게 말하는지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다르다. 그리고 말의 내용은 가장 나중이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말의 내용보다 큰 메시지가 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욕설이다. 욕설은 상대방을 모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회적인 낙인과 비하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폭력적인 말들을 마주하고서 그 공격성을 감지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모기만한 목소리로 시선을 회피한 채 말끝을 흐리면서 내뱉는 욕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어, 예를 들어 ’전기장판’이라는 단어를 ’모욕하고자 하는 표정과 말투’로 내뱉는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모욕감을 준다.
방어행동이 주는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마!”라고 말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시선을 회피하는 몸짓으로, 말끝을 흐리는 소리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힘들다.
소리를 내지를 때도 그렇다. 비명을 지르는 습관을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는 비명을 지를 때 몸짓이 어떠한지를, 소리가 어떠한지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비명을 지를 때는 몸을 질끈 감게 된다. 몸통을 부풀리기는 커녕 모든 부분이 배꼽을 향해 오그라드는 모양새로 높은 소리를 쥐어짜는 것이다. 높은 음의 소리는 취약한 느낌을 준다.
다급한 순간에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비명 대신 고함을 치는 것이다.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저 뱃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 몸통을 통과하는 소리는 힘을 갖는다. 상황에 따라 목소리 크기는 다를 것이다. 내용이 없는 소리일 수도,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말이 있을 수도 있다. 반말일 수도, 높임말일 수도 있다.
자, 이제 정말로 소리를 내보자. 직접 ’내 몸’을 통과한 소리를 내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그 소리와 그 몸짓이 나온다. 짧게 아!, 그리고 길게 아아아아. 소리의 높이와 크기에 대해서도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소리가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며 말을 해보자. 안돼!, 차별입니다!, 폭력입니다!, 싫다잖아!, 그만 하세요!, 저리 가!, 손 내리세요!
몸짓과 소리가 주는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군인이 명령을 내리듯이 그렇게. 엄중하고, 단호하게.
문미정(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우리학교) 지은이(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