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볶음밥의 차이는 뭘까요? 바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재료를 섞어서 비빈다는 점에서는 같아 보입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볶음밥은 불에 데운다는 점이 큰 차이일 것 같습니다.
요즘 ‘융합’이라는 말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님들 많이 계시죠? 공부는 물론이고 학과선택, 직업선택에 더해 독서에까지 ‘융합’이라는 말이 붙는 시대입니다.
‘융합’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상반된 인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융합이 중요하다는 인식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이들은 스마트 시대와 인공지능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선 융합형 인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교육이나 책의 구성 그리고 독서방법도 융합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죠. 실제로 관련 책도 나오고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빛의 삼원색이 융합하지 않으면 세 가지 색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삼색이 어떤 조합을 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색이 만들어집니다. 융합이 그렇습니다. 융합은 쉽게 다양한 것을 조합하고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미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많은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융합하고 재구성하고 창조하는 역량이 필요해졌습니다.
반대로 ‘융합은 약하다’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융합이라는 말은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하기에 손에 잡히지 않는 하나의 구호 내지 추상적 원리 또는 유행으로 들리기도 하죠. 그래서 시중엔 다양한 오해와 약한 융합을 시도한 상품이 나옵니다. 융합이라는 이름의 교육들 가운데 형식적인 것들도 적지 않고,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융합은 보통 통합, 통섭, 복합, 퓨전, 수렴, 협동 등 다양하게 불리고 정의됩니다. 이런 다양한 정의들은 비빕밥과 볶음밥처럼 비슷한듯 달라 보이죠. 정의가 다양할 수 있지만 융합의 의미를 공통점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생각과 생각, 영역과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를 ‘조립 연결'하거나 ‘섞어 혼합’하거나 ‘응용 활용’해 다른 분야에 ‘전이하는’” 세 형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결국 융합은 ‘섞어 혼합’한다는 점에서 비빔밥이기도 하고, ‘응용 활용‘한다는 점에서 볶음밥이기도 합니다.
이해하고 정리하고 기억하는 학습의 과정은 대부분 연결이고 융합입니다. 결국 공부는 자신이 아는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융합하는 활동입니다.
한 교과 안에서도 단원별 또는 영역별로 다른 내용들을 융합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융합입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과 주어진 자료와 정보를 융합하여 하나로 엮는 행위니까요.
“그럼 모든 과목을 융합형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저는 “창의적 융합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과를 기계적으로 융합하기보단 자신한테 관심 있는 주제 또는 문제를 동아리 등에서 함께 해결해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자료는 교과서와 책, 인터넷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보면 좋을 겁니다. 공부도 그렇습니다. 각 과목 단원의 원리와 체계를 최대한 파악해보고, 단원과 단원 사이 공통점이나 차이점, 연관관계 등을 찾아보려고 노력해보세요. 큰 종이에 전체 목차를 그려보고, 이를 중심으로 서로간 관계를 이어보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는 융합을 잘 하는 사람의 특성으로 사고의 유연성, 자신이 잘 아는 것과 주변에 대한 관심의 유지,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 타자에 대한 열린 자세, 경계를 넘으려는 용기와 도전적 태도, 소통에 대한 관심, 지적 실험에 대한 열정 등을 손꼽은 바 있습니다. 융합에서는 실질적인 기술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학습자의 태도 등 가치관과 비인지적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죠. 다음 번엔 융합독서 교육방법의 종류와 실천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박동호(‘한겨레교육 융합독서지도사 과정’ 강사, 메타센스 융합인재교육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