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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판 잘 짜고, 협업 잘 하는 ‘비버형 인재’가 뜬다

등록 2018-07-09 20:36수정 2018-07-09 20:46

‘인간세계에서도 ‘핵심종’이 있을까?’

고교 시절 한국청소년학술대회를 열어보기로 했을 때, 몇 년 뒤 문헌정보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할 때 이런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인 ‘관종’(관심종자)도 아닌 핵심종?

핵심종(Keystone Species)은 생태계에 여러 방법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생물의 종류를 말합니다.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등 포식 행동을 통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소형 육식동물이나 불가사리 등이 대표적인 핵심종입니다. 버드나무 등을 베어 댐과 습지를 만들고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비버’도 핵심종입니다.

비버는 자신의 거처를 만들기 위해 버드나무와 포플러나무를 주재료로 일종의 댐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든 댐 덕에 다양한 개체의 동식물들이 살기 좋은 습지가 만들어지고 하나의 생태계가 구성됩니다. 비버의 역할처럼, 일종의 생태계를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하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꾼, ‘혁신’ 사례가 인류사에는 종종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문, 20세기 초 스타인의 살롱 등 비버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주도로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소통과 협업의 문화도 나왔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해 기존 지식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진 세상입니다. 핵심종 가운데서도 비버형 인재의 역할이 중요해졌죠.

저는 핵심종 가운데서도 비버형 인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때 팀 활동, 소통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연구활동’을 파고들었고, 청소년들이 모여 자신의 연구를 시작하거나 마음껏 교류하고 배울 수 있는 한국청소년학술대회를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작은 생태계였던 컨퍼런스가 점점 성장하고, 매년 수천 명 학생들이 학술연구를 하는 모습, 이 청소년들이 타인과 소통하고 융합적인 사고능력을 스스로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아직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거나 방금 시험을 마쳤겠죠. 지금은 내신 대비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목표일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요즘의 교육과정 속 공부는 단순히 문제푸는 법을 익히거나 내신시험 준비하듯 ‘혼자’ 하는 공부만은 아닙니다. 창의력과 협업 역량을 키우는 연구활동이나 프로젝트 활동처럼 ‘여럿이’ 문제해결을 잘 하는 쪽에 방점을 찍는 쪽으로 바뀌고 있죠. 이런 변화는 더 가속화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비버형 인재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거고요.

비버형 인재, 미래 사회 ‘핵심종’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혼자 개념을 익히고 문제 푸는 방법만을 찾는 공부법보다는 그룹 스터디 등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을 통해 발제하는 법, 또래학습 하는 법 등을 습득하는 ‘세미나’ 식 공부법을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죠. 방학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평소 관심 분야와 관련된 주제를 세워놓고 이를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보는 팀 프로젝트나 연구활동을 기획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주 사소한 주제도 좋습니다. 혼자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협업을 통해 목표를 이뤄나가는 법을 배우는 게 지금 당장 효율적으로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나 혼자 공부하기도 바쁜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공부들은 장기적으로 대학 공부나 미래 사회 최고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공부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는 학습 생태계를 설계해보면 여러분도 모르게 자신만의 공부법이 생기고, 동기부여도 될 겁니다. 그리고 다양한 조력자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세영(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전공,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 조직위원장)

※‘덕후의 공부법’ 연재를 마칩니다. 이세영씨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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